MBC와 갈등 ‘정년이’ 김태리 “무에서 유로, 실시간 성장” (인터뷰)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을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김태리는 극 중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목포에서 혈혈단신으로 상경한 소리 천재 ‘윤정년’ 역을 맡는다.
김태리는 다가오는 ‘정년이’ 첫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어디서도 본적 없는 드라마가 나올 것 같아 많이 떨리고 설렌다. 얼른 방송으로 찾아 뵙고 싶다”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또한 ‘정년이’의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는데 “드라마와 웹툰 원작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작에는 지면이 가진 침묵의 힘이 있었다면, 대본에서는 만화의 한 컷과 한 컷 사이에서 때론 축약되었던 곳들이 채워지는 매력을 느꼈다. 만화 속 세계가 실제 세계로 확장되는 느낌이었다”라고 밝혀 드라마 ‘정년이’가 선보일 풍성한 재미를 기대하게 했다.
김태리는 제작진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맡은 캐릭터들이 거의 성장형 캐릭터였음에도 윤정년이란 인물은 정말이지 무(無)에서 유(有)로 가는 느낌이었다. 흙감자가 사람이 되는 과정을 연기한 것 같다”라며 “선천적인 소리꾼의 재능을 잘 흉내 내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소리연습에 큰 비중을 두었다. 소리 연습은 21년 4월부터 24년 6월까지 3년 정도 한 것 같다. 소리, 춤, 사투리 그리고 국극무대 연습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도 촬영 전과 비슷한 강도로 이어갔다. 나뿐만이 아니라 참여한 모든 배우가 그랬다. 말씨라던지 행동의 무게 같은 것들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인물과 함께 성장하는 느낌으로 만들어 갔다. 특히 무용 관련해서는 초반의 윤정년도 무였고, 나 역시 무였기 때문에, 오히려 날것의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리는 “원작 웹툰을 보지 않은 지인이 ‘너 스틸 컷 보는데 흙감자 같더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초반의 윤정년은 정말이지 감자이거나 강아지다”라고 말했다. 발성에 대해서는 “소리수업을 오랫동안 받으면서 기본발성이 좀 더 탄탄해진 느낌은 확실히 받았다. 윤정년은 무대에서 남역을 맡는 인물이라 무대연기를 할 때 너무 튀지 않도록 일상 연기 시에도 중성적인 목소리를 냈다. 사실 완전히 탁한 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모두가 말려 합의를 보았다”고 했다.
김태리는 정지인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사실 촬영 시작 전 감독님의 전작 드라마 메이킹 영상 중에서 감독님의 웃음소리만 모아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을 보며 ‘아 예사롭지 않다’, ‘정말 즐거운 현장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는데 역시나 웃음이 많았던 현장이었다”며 “큰 무대공연을 4~5회 촬영했다.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고 첫 시도였으니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헤매기도 했다. 매 무대가 끝난 후 감독님과 복기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끝나면 한숨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은 어떻게 할지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김태리는 ‘정년이’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면으로 “엄마 역의 문소리 선배님과 함께 했던 바닷가 장면이다. 모녀관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장면이고 또 꽤나 후반부에 있어 스포일러가 될까 염려스럽다”라며 “쉽지 않은 일출 촬영이었는데 다행히 산너머에서 해가 떴고 그때를 배경으로 찍은 아름답고 소중한 장면이 있다. 현장에서 맛본 아름다움이 화면에 어떻게 담길지 저 역시 궁금한 장면”이라고 했다.
끝으로 김태리는 “소리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국극 무대들을 거치며 성장하는 정년이의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다. 서사와 더불어 윤정년의 수많은 변신도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긴 호흡으로 찍은 만큼, 드라마 윤정년에 나오는 배우들은 연기를 하며 자신들이 연기하는 역할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성장한다. 그 각각의 성장들을 함께 지켜 봐주시면 시청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년이’는 10월 12일 토요일 밤 9시 20분 첫 방송될 예정이다.
한편 ‘정년이’는 현재 MBC와 법적 분쟁 중이다. MBC 편성에서 tvN 편성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방송사와 제작사들 간의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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