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근 "초고령화사회, 지속가능한 비용감당 체제 구축 필요"

제주CBS 박정섭 기자 2024. 9. 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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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건의료지원단,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기술과 행정 지원
의료인력 의료시설 확충 문제가 아닌 도민의 비용 감당 고려해야
재택의료서비스 비용 부담 주체와 문제점 개선 위한 집단 노력 필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개편 이후 6개 보건소 균형 배치와 유지 고려해야
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진행자 : 김대휘 제주CBS 기자
■ 대담자 : 박형근 제주도 공공의료지원단장
박형근 제주도 공공의료지원단장

◇김대휘> 초고령화 시대, 노인 인구에 대한 보건의료 정책들 참 궁금한 것도 많고 걱정거리도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공공보건의료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제주도 공공의료지원단장인 제주대병원 박형근 교수님 초대했습니다.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소개 좀 부탁합니다.

◆박형근>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현재 16개 시도에 설치돼 있습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시도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기술 지원, 공공보건의료 관련 행정에 대한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휘> 구체적으로 제주도가 하고 있는 보건의료 정책들에 대해 정책 자문 아니면 제도 개선 이런 걸 하는 건가요?

◆박형근> 행정업무를 저희들이 자문 또는 보조해 드리는 역할을 하고요. 예를 들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터졌다 그러면 그와 관련돼서 제주도가 해야 할 업무를 같이 하거나 응급의료 내지는 필수 중증의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정책 연구도 합니다.

◇김대휘> 지금 전공의 이탈 문제로 전국이 어수선한데요. 일단 어떻게 상황을 보고 계십니까?

◆박형근> 저도 보건의료 분야에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걱정과 우려, 안타까움도 있는데요.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로 최소한 내년 2월말까지는 복귀를 못합니다. 전공의들이 종합병원이나 교육 수련병원에 없음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문제는 응급 중증 환자뿐만 아니고 예정되어 있는 수술이나 입원 환자 진료에 어려움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외과적인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전 환자에 대한 검사나 수술 후 환자 상태가 제대로 유지가 되는지를 곁에서 모니터링해줄 전공의들이 없음으로 인해 일상적인 진료에 특히 입원 환자 진료나 수술 등에 차질이 대거 벌어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암으로 진단받으신 분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응급실을 찾게 될 때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받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대휘> 이게 앞으로 1년, 2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박형근> 일단은 내년 2월까지는 이 상태가 지속될 것 같고요. 빠져나갔던 전공의들이 내년 3월초 새로 지원을 해서 복귀를 해준다면 과거와 같은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지만 그렇게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김대휘> 전공의 복귀.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형근>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 30~50% 정도 복귀할 것 같아요. 소위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내과 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이런 데들이 필요한데 그쪽을 전공을 안 하려고 할 것 같아요. 특히 그쪽을 전공하다 그만둔 친구들이 복귀할 것 같지가 않아서 걱정입니다.

◇김대휘> 그렇지 않아도 그 분야는 인력이 부족해서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점점 더 고착화되겠네요.

◆박형근> 그래서 현재 여야 의정 토론의 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공론의 장에서 좋은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내년 3월 초에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지금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어서 걱정스럽습니다.

◇김대휘> 초고령화 사회. 고령자 보건의료 계속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요. 필요한 보건의료 대책, 어떤게 있을까요?

박형근 제주도 공공의료지원단장


◆박형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나이가 들면 가장 달라지는 것은 건강이 약해진다 그리고 여러 질병을 안고 산다는 거잖아요. 지금 제주도 인구 수가 70만명에서 더 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고령자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의료기관을 찾아갈 일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의료인력이랑 의료시설이 더 늘어야 되는 부분이 있겠고요. 그리고 돈도 더 많이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 단순히 의료 인력이나 의료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민들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도 생각해봐야 됩니다.

◇김대휘> 공공의료 차원에서 비용이 많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군요

◆박형근> 보험료를 더 많이 내셔야 되고 실제 의료기관을 이용을 할 때 내는 본인부담금도 더 늘어나게 되는 거죠. 지금 직장 생활하시는 분은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주지만 지역가입자로 가는 순간 그 보험료를 다 내가 내야 되거든요. 보험료율 자체도 비용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측면에서 좋은 의료 인력과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제때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중증 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도민 스스로도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다음 요양 서비스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을 우리가 만들어야 하고, 노인들이 지역사회나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최대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김대휘> 제주도가 이런 걸 미리 준비하는 단계는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다고 보시나요?

◆박형근> 복지 체계는 한 15~20년 사이에 많이 강화됐습니다. 건강보험 의료 시스템도 나름 변화 발전을 해왔고요. 집에서 기본적인 건강을 유지하며 독립적인 생활을 하려면 재택의료가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선 의사와 간호사가 집을 방문해서 돌봐줘야 하고,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 필요한 서비스를 파악하고 연계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지만 아직 그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특히 재택의료 때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김대휘> 전국적으로 이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는 걸로 보이는데 제주도는 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는 단계입니까?

◆박형근> 돌봄과 관련해서 지역사회 돌봄법도 만들어져 있고 방향도 서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하게 돼 있는데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쉽게 말씀드리면 우리 주변에서 의사들이 왕진 다니거나 가정 간호를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야 된다는 거죠. 그래야 집에서 최대한 오래 자기 개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거거든요. 또한 조리를 위해 누군가 장을 봐줘야 하고, 조리를 해서 잘 드시는지 확인해 주는 누군가는 있어야 하는 등 이런 방식이 시설에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시는 것보다 훨씬 더 비용도 적게 들면서 보다 더 건강한 노후를 영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려면 방향은 잡았는데 그 비용은 누가 댈 것이고, 서비스 제공자들이 실제 적용하면서 공유하고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는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휘> 저 단계로 나가기 위한 제주도의 읍면 지역 보건의료 체계를 진단하신다면 어떻습니까?

◆박형근> 제주도가 다른 지역보다 강점은 70~80년대 의료취약지로 간주되면서 48개의 보건진료소와 11개의 보건지소가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가진 공공의료 인프라에 역할과 기능을 재설정해서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면 다른 시도보다는 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보건의료기관 인프라를 잘 연계해서 서비스 체계를 만들어 나간다면 읍면에 계시더라도 다른 지역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은 갖추고 있습니다.

◇김대휘> 현재 오영훈 도정이 추진하는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 맞물려서 봤을 때 보건의료 제도도 변화가 필요하겠네요.

◆박형근> 현재 2개의 행정시에서 3개의 자치시로 바뀌게 되는 거잖아요. 현재 서귀포시에는 보건소가 3개, 동제주시에는 보건소가 2개, 서제주시에는 보건소가 1개 있는데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이냐도 과제고요. 자치시마다 하나씩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가능할텐데 문제는 보건소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 제주도로 내려오는 보건의료 예산이 줄어드는 거예요. 국가 보조금이 줄면 매칭 예산도 따라서 줄어듭니다. 또 인구 30만명이 넘어야 보건소를 2개 이상 둘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뀌면서 3개 자치시로 전환되면 보건소 숫자를 6개 유지하는 게 쉽지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행정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공공보건의료 분야에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김대휘> 공공보건의료단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들 준비하고 계신지도 설명해주시죠.

◆박형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높을지 몰라도 제주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그 정도 아닐 걸로 봅니다. 지역 의료 서비스 수준이 좀 더 좋아지려면 규모도 좀 커져야 합니다. 종합병원 같으면 규모도 커져야 되고 인력이 좀 더 많아져야 양질의 진료는 물론 흔하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한 거거든요. 그렇게 변화하기 위해선 비용도 더 들어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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