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설경구 "섬뜩 대사→막강한 구강액션, 허진호 감독 믿었다"[인터뷰]①

김보영 2024. 9. 26.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으로 돌아온 배우 설경구가 작품 출연을 결심하는 과정에 허진호 감독을 향한 굳건한 신뢰가 컸음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설경구는 영화 ‘보통의 가족’ 개봉을 앞두고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영화는 재완(설경구 분), 재규(장동건 분) 형제 부부가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현장을 목격한 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며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섬세히, 긴장감있게 전개한다. 설경구는 극 중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인 첫째 형 ‘재완’ 역을 맡았다.

‘보통의 가족’은 지난해 열린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된 후 약 1년 만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24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설경구는 지난해 토론토에서 첫 영화를 관람한 뒤 1년 만에 국내 시사회로 영화를 다시 본 소감을 묻자 “사실 평소 내 작품을 편하게 못 보는 편인데, 작년에 토론토에서 봤을 때보다 이번에 영화를 더 편하게 본 것 같다. 당사자이다 보니 조마조마한 마음을 봤는데 상대적으로 훨씬 편히 잘 봐지더라”며 “처음 영화제에서 봤을 땐 긴 느낌이 들어 감독님께 편집을 좀 더 잘라달라 이야기도 했었는데 어젠 확실히 집중하며 영화를 감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좀 섬짓한 느낌까지 들었다. 유난히 아이들의 대사가 팍팍 꽂히는데 어제는 그 말들이 특히 너무 잔인하게 들리더라. 저희는 토론토만 갔지만 감독님은 이후 여러 해외 영화제들을 다니셨다. 마지막 해외 영화제 일정이 대만이었을 거다. 감독님은 편집이 쉽지 않아고 하셨지만, 이후 (영화제 초청을 통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영화를 여러 차례 보며 생각이 조금씩 바뀌신 것 같더라. 대만 다녀오실 때도 ‘이 부분이 거슬려서 손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아’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고 개봉까지 약 1년 여에 걸쳐 후반작업에 매진한 허진호 감독의 노고에 공을 돌렸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영화의 뼈대가 된 원작 소설 ‘더 디너’는 사실 이전에도 여러 국가에서 수차례 리메이크된 바 있다. 명성이 있는 IP(지식재산)였기에 국내외 영화팬들의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다행히 ‘보통의 가족’은 우려를 말끔히 씻으며 시사회 이후 국내외를 불문, 연일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설경구는 ‘보통의 가족’의 연출이 허진호 감독이 아니었다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 이유에 대해 설경구는 “인물 간 대화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다 보니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따라 작품의 결과물이 확 달라질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며 “그런 점에서 허진호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거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작품은 잘못 연출하면 시끄럽기만 하고 완성도가 확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허진호 감독님이라면 좋은 작품을 만들 거 같단 신뢰가 있었다”라며 “막 열정적인 그런 분이라기보단 본인 자체가 툭툭 무심해도 세심한 타입이기 때문에 촘촘히 집중력있게 연출을 잘 할 거 같았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보통의 가족’은 미성년자인 자녀들의 범죄 사실을 맞닥뜨린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앞서 설경구가 출연한 2022년 개봉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소재가 처음이 아닌데다, 설경구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도 직업이 변호사인 아버지 역할을 연기했다. 이같은 부분이 ‘보통의 가족’에 출연하는 과정에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을까.

이에 대해 설경구는 “솔직히 고민한 건 맞다. 허진호 감독님 역시 그 영화를 보셨기에 저 역시 너무 결이 비슷한 게 아닌가 고민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준비하면서 점점 이 영화가 전작과 다른 결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 영화에선 부모들이 전부 악당같고, 어떠한 결정 후 그 결정을 향해 직진하는 영화라면 ‘보통의 가족’은 좀 더 디테일하고 던지는 질문거리도 많은 영화라 생각했다. 또 그 영화는 학부모 개개인에 대한 느낌을 그린다면, ‘보통의 가족’은 조금 더 가족이란 공동체에 대한 느낌을 담은 영화 같았다”고도 덧붙였다.

허진호 감독의 결과물을 접한 후 만족감도 내비쳤다. 설경구는 “허 감독님이 연출했기에 작품이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작품은 특히 자녀들과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느끼는 생각들이 다를 것 같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 간 이야깃거리가 충분히 될 것 같다. 부모 입장에서나 자녀 입장에서나 생각이 많아지지 않을까”라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자녀 있는 분들이 다 보기만 해도 ‘천만 영화’가 될 것”이란 너스레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자신이 느낀 ‘보통의 가족’의 메시지와 의미도 전했다. 설경구는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보통의 가족’이란 제목은 이 일이 일어나선 안 될 끔찍하고 섬뜩한 일이지만 오히려 누구에게나 예고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의미를 주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우리 영화엔 어마어마한 구강액션도 등장한다. 막강한 빌런도 등장하는데, 그 빌런이 하필 내 자식이라 없앨 수도 없으니 얼마나 끔찍한가. 감정없이 무미건조하게 툭툭 내뱉는 아이들, 어른들의 대사가 무기처럼 무섭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16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