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하게 할 금투세” 성난 여론에… 민주, ‘유예’로 선회?

김주영 2024. 9.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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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두고 입장을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초 민주당 내부에선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가 '부자 감세'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보완 후 시행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최근 국내 증시 하락세와 맞물려 반대 여론이 거세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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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후 시행’서 분위기 반전… “폐기” 주장도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두고 입장을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초 ‘보완 후 시행’에 무게추가 쏠렸으나 ‘유예’ 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개미(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최근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의원들의 실언 논란으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자 당내에선 아예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에 관한 입장을 당론으로 당장 확정하지 않고, 약 한 달간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부산 금정구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 공감을 했지만, 시행과 유예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한 달여 동안 의견을 수렴하고 의원총회도 열어서 금투세 시행 혹은 유예에 대한 절차와 방향을 정하도록 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 정책 의원총회에서 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유예팀’과 ‘시행팀’으로 나뉘어 토론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앞서 민주당은 전날 금투세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여는 등 당론을 정하기 위한 숙의 절차에 돌입했다. 토론회에서 금투세 시행을 주장한 김영환 의원이 “주가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이 있으면 인버스 투자(주식 가치가 떨어질수록 이득이 나는 역투자 방식)를 하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가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서 당내에선 외려 유예 여론이 힘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토론회 직후 채현일·강득구 의원 등은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유예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애초 민주당 내부에선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가 ‘부자 감세’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보완 후 시행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최근 국내 증시 하락세와 맞물려 반대 여론이 거세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금투세를 “나라 망하게 할 세금”이라거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넣은 “재명세”라고 일갈하는 등의 댓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이자 5선 중진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 유예하는 게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것 같다”며 “폐기하는 게 낫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을 살려놓은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게 낫다”며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한 상태는 유예로 정리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진행된 토론회에 대해선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 증폭시키는 과정이었다”며 “토론에 맡길 게 아니라 지도부가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초 보완 후 시행에 힘을 싣는 듯했던 이 대표 역시 지난 전당대회 국면에서 시행 유예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론 결정이 사실상 이 대표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금투세 폐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는 현재 투자자들의 구조나, 다른 나라의 예를 봤을 때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야당도 빨리 (입장을)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그동안 금투세를 유예해왔는데 결국 불확실성을 이연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은 금투세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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