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당신을 오늘부터 마녀로 지정합니다

강재규 법률사무소 진언 대표변호사

한 30대 운전자가 지난 22일 오전 3시 50분쯤 음주운전 추적 유튜버에 의해 쫓기면서 도망하던 중 숨졌다. 정의구현이라며 이러한 행위 내지는 그로 인한 결과까지 지지하는 의견과 사적보복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듯하다. '비질란테'라 하면 생소하고, '베테랑2'라고 하면 조금 더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한 '자경단'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종종 특정한 사건에 대해 수사 과정에 불신을 갖게 된다거나, 재판과 판결에 대해 의심과 불만을 품기도 한다. 소위 "유전 무죄, 무전 유죄"라며 자조 섞인 말을 하는 것은 '죄의 존부'에 대한 불신이고, "아니, 저런 흉악범에게 집행유예가 말이 돼?", "범죄자는 전부 다 사형시켜야 되는 거 아니야?" 라는 말은 '처벌의 강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그런데 신이 판단한 것이 아닌 이상, 인간 중 누군가가 행한 특정한 행위에 대해서 모든 인간이 동의할 평가를 내리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심지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던 성직자들마저 권한을 함부로 사용해 수십만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발생시켰던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가 자경단에게 사법시스템을 넘기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중세 시대에는 '마녀사냥'이라는 명목 하에, 최소 20만 명의 사람들을 처형했고, 프랑스의 전쟁 영웅 잔 다르크는 국가를 위하여 많은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마녀로 몰려서 화형을 당했다. 정치적 희생양이 됐던 잔 다르크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마녀로 몰린 사람들 중 대부분은 처형을 당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해 줄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대상을 좁혀가다가 최종적으로 타깃이 된 사람들은 대체로 과부들이었고, 교회는 이들을 고문해서 자백을 얻어낸 후 처형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방식으로 명목은 '마녀사냥', 실질적으로는 '재정확보'로 이어지는 목표를 달성하곤 했다. 문뜩 정의구현 유튜버들의 행위와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경단과 중세시대에 마녀사냥을 주도했던 이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점은 무엇일까. ①오로지 '성직자의 촉'에 의해서 마녀인지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판단기관의 문제), ②마녀가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다는 점(예견가능성 내지는 명확성의 문제), ③정의된 마녀가 처벌받아 마땅한 사람들인지에 대해 타당한 논거가 없다는 점(처벌의 필요성 문제), ④설령, 처벌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항상 모든 마녀에 대해서 유일한 처벌로서 '사형'만을 선고해야 했는지(행위와 처벌 사이의 비례성 문제), ⑤그리고, 사형을 집행할 때 반드시 '화형'에 의해서 집행했어야만 했는지(보편적 인권에 관한 문제) 등의 문제가 있다. 이처럼 인간사에 대한 판단을 불쑥 등장한 자경단에게 맡기기에는 생각할 것들이 많다.

자경단은 한 지역의 주민들이 범죄나 재난에 대비하고 그 지역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조직한 경비 단체를 의미한다. '질서를 지키기 위해 조직한 경비단체'가 오히려 질서를 깨뜨리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질서를 지키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논의해서 만들어온 정의로운 법원(法院)과 법원(法源)에 대한 갈망이 더욱 깊어지는 듯하여 안타깝지만 반갑다. 강재규 법률사무소 진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