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불필요한 감정 소모 대국에서 벗어나자
사회의 변화는 인간관계를 더욱 폭넓게 만든다. 산업화 이전에는 이웃 주민과만 활발히 소통하면 됐지만, 현대 사회는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농경 사회에서는 인간관계의 목적이 친목이었다. 지금은 직업과 관련된 공적 인간관계가 주를 이룬다. 업무의 폭이 늘어나면서 감정 근로자의 고통 호소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절반이 화가 나 있거나 분노 상태이다. 국민의 정서 자원이 거의 소진되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분노 지수가 굉장히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사회 전반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려면 반드시 국민 정서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감정 소모란 마음이 힘들다는 뜻이다. 근육을 움직이는 육체적 활동은 몸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감정 소모는 특정한 일에 마음을 써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이다. 관계가 불편한 사람과 만났을 때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심화한다. 사람의 외형이 서로 다른 것처럼 사람의 내면도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목적에서 설립된 회사나 기관에서도 감정을 상하게 하는 갈등이 일어난다. 업무 추진 방법과 가치관이 서로 달라 상처를 받기도 한다. 부적합한 업무에 자신을 맞추려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기도 한다.
우리의 감정 처리 방법이 왜 미숙할까? 개인의 감정은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이성적 사고가 발달한 서양인은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성이 발달한 우리는 일 처리 방식이 다분히 감정적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감정적으로 접근하여 낭패를 보기도 한다. 이는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이 앞서서 그렇다.
또한, 다른 사람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 휘말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전문가도 아니면서 다른 일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주장을 강요하면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합리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 발전의 여파가 도시 집중화를 불러왔다. 도시화는 주거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정서적 유대와 감정 교류의 차원도 바꿔 놓았다. 마을 중심의 전통적 주거 문화는 이웃과 소통이 쉬웠지만, 지금은 이웃과 소통이 많이 단절돼 있다. 우리는 여전히 이웃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하다. 여기에 더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매일 대화해야 하는 감정 노동자가 많이 늘어났다. 배경 이해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와 업무를 하다 보면 불필요한 감정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빈부의 격차도 불필요한 감정 소모의 원인이 됐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정서적 괴리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사람보다 물질을 더 중시하는 사고(思考)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빈부의 격차는 이웃과 소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자신을 엘리트라 생각하는 자들은 경제적 약자를 거부하며 그들과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빈자는 부에 대한 갈망을 가지면서도 부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자기 부족과 능력의 한계를 사회와 제도적 문제로 보는 반사회적 성향이 나타났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사회 발전을 저해하며 개인의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제 범정부 차원에서 감정 표출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국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지 않도록 체계적 사회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 시스템 운영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완해 줘야 한다. 국민의 감정 소모를 잘 관리하면, 우리나라는 더욱 멋지고 부강한 국가로 발전할 것이다.
국민 개개인은 자기중심적 사고로 세상을 보려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며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목적 성취를 넘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정서적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인철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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