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윤 정부에 대한 경고음

은현탁 기자 2024. 9.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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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찬회동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찬에 앞서 둘이 만나는 '독대'도 무산됐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2년 4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래저래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한가하게 밥만 먹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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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현안 거론조차 하지 못해
대통령실 상황인식에 큰 문제
임기 곧 반환점, 커지는 경고음
은현탁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찬회동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논란 등 민감한 현안은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와 당 지도부 20여 명이 모였지만 생산성 있는 대화는 나누지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찬에 앞서 둘이 만나는 '독대'도 무산됐다. 결과적으로 꼭 해야 할 숙제는 하지 않고, 고기나 구워 먹는 회식 자리가 돼 버렸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빈손 회담', '맹탕 회담'이라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나 민생 현안을 논의하지 않았다니 믿기지 않는다. 한 대표는 인사말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해 추석 민심을 전달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집권 여당이 지난 4·10 총선에서 궤멸적인 참패를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의 상황인식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가장 시급한 민생 현안인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해불가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의정 갈등은 응급실 붕괴와 의료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1만여 명은 여전히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본과 4학년 학생이 국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 신규 의사 배출이 3000명가량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단 없는 의료개혁'만 강조하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 서민들의 삶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 4명 중 3명이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하고 있다. 2022년 개인사업자의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 4368건 중 860만 9018건이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의 붕괴는 국가경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 상황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26일 본회의에서는 방송 4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재표결을 하게 된다. 이들 법안은 재의결 요건을 충족 못하고 폐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재표결 후 법안 폐기로 이어지는 도돌이표 국회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 간 대치정국이 이어지면서 민생 현안은 물론이고 지역 현안들도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2년 4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윤 정부 초기에는 시늉이라도 하더니 이제 이런 것도 없다. 대전과 충남은 지난 2020년 10월 혁신도시로 지정된 후 만 4년이 지났지만 여태 단 1개의 공공기관도 이전하지 않았다. 기존의 10개 혁신도시에 112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것과 비교할 때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28기가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지만 적절한 보상과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대전교도소 이전, 고속철도 도심구간 지하화도 함흥차사다.

이래저래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한가하게 밥만 먹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민심이 얼마나 흉흉한지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고, 여당의 지지율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윤 정부에 대한 경고음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임기는 곧 반환점을 돈다. 임기 절반이 남은 것 같지만 사실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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