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승효상이 만난 '영성의 풍경'…에세이 '솔스케이프'

황희경 2024. 9. 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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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주의에 맞서 1996년 책 '빈자의 미학'을 펴내고 자신의 건축 철학으로 삼았던 건축가 승효상(72). 그는 물신을 극복하는 또 다른 화두로 '영성'을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다.

신간 '솔스케이프'는 원로 건축가가 건축의 본질과 영성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여행할 때도 시간을 내어 수도원과 묘역 같은 공간을 찾았던 그는 자신이 설계하고 지은 건축물 중 영성과 관계있는 것들이 포함된 일종의 순례길을 만들고 '영성의 지도'라고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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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부터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까지 400km 여정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물신주의에 맞서 1996년 책 '빈자의 미학'을 펴내고 자신의 건축 철학으로 삼았던 건축가 승효상(72). 그는 물신을 극복하는 또 다른 화두로 '영성'을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다.

승효상은 '영성'을 두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붙든 과제"라면서 "영성은 본디 우리의 일상과 분리될 과제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물신이 우리의 삶에서 영성을 쫓아냈다면서 "사라진 영성을 우리의 일상에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간 '솔스케이프'는 원로 건축가가 건축의 본질과 영성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건축가 승효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상 속 영성 회복을 위해 저자는 단독주택에도 일상 속 생소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고 공동 거주 시설을 지을 때도 신당 같은 설치물을 입구에 놓는 식으로 일상에서 영성을 찾는 실마리를 경험할 수 있게 하려 노력했다.

여행할 때도 시간을 내어 수도원과 묘역 같은 공간을 찾았던 그는 자신이 설계하고 지은 건축물 중 영성과 관계있는 것들이 포함된 일종의 순례길을 만들고 '영성의 지도'라고 이름 붙였다. 마침 모두 낙동강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건축물이라 순례길을 만들기에 제격이었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 400km '영성의 지도'를 따라가며 건축물에 담긴 '솔스케이프'(Soulscape), 즉 영성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경북 군위의 수목원인 사유원부터 시작해 경산의 하양 무학로교회, 부산의 구덕교회, 밀양 명례성지의 신석복 마르코 기념성당,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피정센터와 수도자 쉼터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설계하고 지은 건축물에 담긴 뒷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한밤의빛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간중간 함께 둘러볼 기존 건축물들도 들어 있다. 조선 중종 때 성리학의 거두였던 이언적이 낙향해서 지은 경북 안강의 독락당, 양산 통도사 등이다.

'영성의 지도'에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집과 저자가 지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기념관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지은 문 전 대통령의 집에 '만취헌'(晩翠軒)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만취'는 중국 고전 '소학'에 나오는 글귀 '지지간반송, 울울함만취'(遲遲澗畔松, 鬱鬱含晩翠. '더디게 자라는 시냇가의 소나무, 울창하게 늦도록 푸르름을 머금는다)에서 따왔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한밤의빛. 356쪽.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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