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北잔혹함에 혈육 잃은 슬픔… 우리 모두의 이야기”
美 “전제 조건 없이 北과 협상 테이블로”
납북·억류자 가족들 “김정은에 책임 물어달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5일 “북한 정권의 전대미문의 잔혹함으로 혈육을 잃은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시민사회와 협력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프나 랜드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는 “한·미·일이 북한 인권 증진과 함께 이산가족·납북자·억류자·미송환 전쟁포로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북한이 전제 조건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요구했다.
비영리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이날 오후 뉴욕에서 납북자·억류자 가족을 초청해 ‘나를 잊지 마세요(Forget me not)’란 이름의 행사를 열었다.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사회를 봤고 수십 년간 북한 탄광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사망한 국군포로의 딸 손명화씨, 1998년 탈북해 지난해 10월 동생이 중국에서 강제 북송(北送)된 김규리씨, 1978년 일본의 한 해변에서 납북된 마스모토 루미코의 동생 마스모토 테루아키, 최근 북한에 구금된 지 4000일을 맞은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씨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았는데 그때마다 행사장이 눈물바다가 됐다. 손씨의 선친 손동식씨는 1984년 숨지기 전 “죽거든 남한 고향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2006년 탈북한 손씨는 유언 29년 만인 2013년 함경도에 묻혀있던 부친의 유골을 한국 땅으로 가져왔다. 손씨는 “왜 북한은 이렇게 우리 국군포로 가족을 산산조각내고 있냐”며 “이제 우리 가족들을 그만 갈라 놓으라고 호소한다”고 했다. 김씨는 “국제 사회가 김정은에 책임을 물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조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 정권의 잔혹함으로 혈육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이웃의 이야기”라며 “상봉을 갈망하는 한반도 양측의 이산가족을 기억하며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겠다는 우리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지난 6월 우리 정부가 유엔 안보리 이사회 의장국 자격으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주재한 가운데, 11월 있을 북한에 대한 제4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북한 인권 상황 뿐만 아니라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강제 북송된 탈북자, 이산가족 문제 등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했다.
랜드 부차관보는 “수백 명의 한국 국군포로가 아직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7000명이 넘는 미국인이 행방불명 상태로 남아있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는 시급함을 느낀다.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탈북민 600여 명이 강제 북송된 것을 거론하며 “탈북민들이 인신매매와 착취에 취약하다” “중국·러시아 등에서 더 폭넓은 보호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미·일은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 공동성명에 처음 납북자 관련 문안을 포함했다. 최근에는 한미가 동시에 성명을 내고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규탄하며 부당하게 구금된 모든 사람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한다”고 했다. 현재 북한에는 선교사 3명(김국기·김정욱·최춘길), 탈북민 3명(고현철·김원호·함진우) 등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돼 있다. 북한은 미국인과 캐나다인 등 다른 국적의 외국인 억류자는 모두 석방했지만 한국인 억류자에 대해선 수년째 생사 여부조차 함구하고 있다. 변호권, 영사 접견권, 통신·서신 교환의 권리 등 국제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구금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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