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②의대 증원 문제 등 주요 현안 공전…국정 동력 약화 우려도
'채상병·김건희 특검' 당정 한 목소리 못내
민생 과제 대신 윤한 갈등만 부각…야 공세
의료개혁 뿐 아니 연금·노동 개혁도 동력 약해져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에 여권 전체 위기 부를 수도
[서울=뉴시스]하지현 최영서 한은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은 국정 운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정 갈등 문제 등 각종 현안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당정 간 소통 부재에 한 달이 다 되도록 출범도 못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거대 야당의 채상병·김건희 특검 추진으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 정국이 수개월째 반복되는데 이를 돌파할 마땅한 방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정이 힘을 모아도 쉽지 않은 정국인데 갈등이 계속되면서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한 갈등이 더 길어지면 의료개혁 뿐 아니라 연금·노동 개혁 등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정 이견에…소식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
당정은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 문제를 여야의정 협의체 의제로 다루는 방안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위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와 책임자 문책 등 모든 안건을 열어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을 여야의정 협의체 의제로 올리는 것에 선을 긋고 있다. 이미 2025학년도 수시모집 등 대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대 정원 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한 대표는 이번 주까지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사단체의 입장을 요구한 상황이지만, 의대 증원에 관한 정부 입장 선회가 없는 한 의사단체들이 협의체에 참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조차 당장 한 대표와 이견으로 인해 협의체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야당에서는 지지부진한 논의에 '여야의 협의체' 출범까지 거론하며 정부 무능을 주장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국민들은 여야의정 누구든 간에 '왜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냐' 할 거다. 하루빨리 만나서 국가 이익이 뭔지 협의하는 게 진짜 책무"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의료 개혁을 위한 정부 국정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채상병·김건희 특검 대응 한목소리 못내…개혁 과제 동력도 약해져
본회의 재표결에서는 법안이 부결돼 폐기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야당은 법안이 폐기되면 또 다시 특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야당의 특검 공세가 계속 이어질 게 뻔한데 당정은 한 목소리로 대응하지 못해 야권 공세의 빌미를 주고 있다.
당정 간 소통 부재로 엇박자가 이어질 경우 윤석열 정부 노동·교육·연금 개혁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국정과제인 노동·교육·연금 개혁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여당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며 "차기 대권을 위한 내부 분열을 용인될 수 없는 때"라고 했다.
여권이 단일한 의견을 내지 못하고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정 관계가 회복되지 못하고 야당의 '탄핵·특검' 공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여권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대화가 마치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는 영수 회담 같다"며 "조용히 만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이렇게 동네방네 떠들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 둘 사이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도 "지금 독대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감정싸움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민생 회복을 위해 할 일을 하는 게 의무다. 이를 내팽개치고 있는데, 두 분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야당이 탄핵 정국으로 가기 위해 친일·계엄령 프레임을 짜는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갈등 양상으로 가면 당정은 큰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며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해서라도 두 사람이 갈등을 멈춰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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