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권위자 르쿤 교수 "로봇 역량도 갖춘 韓, '인간수준 AI' 경쟁서 강점"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4. 9.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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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르쿤 뉴욕대 교수 ‘글로벌AI프론티어랩 개소식 기념 간담회
변호사 서류는 써도 4세 수준 식탁 정리는 못하는 게 AI 현실
시각·촉각·물리학 추론 등 새로운 AI시스템 개발로 전환해야
“AI와 로봇 결합, 매우 중요한 분야”···한국의 잠재력 세계 최고
‘초지능’ AI, 인류 위협 아냐···“똑똑한 동료와 같은 관계될 것”
인공지능(AI) 분야 권위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한·미 공동 ‘글로벌AI프론티어랩’ 개소식에서 한국 언론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서울경제]

“인공지능(AI)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경쟁력을 골고루 갖춘 한국이 AI 경쟁에서도 매우 유리한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AI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손꼽히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한미 공동 ‘글로벌 AI 프론티어랩’ 개소식에서 인간과 동물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를 만들려면 현재 유행하는 언어 학습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AI 시스템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AI의 발전 과정에서 로봇과의 결합을 “매우 중요한 분야”로 꼽으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르쿤 교수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함께 AI 연구 분야의 4대 대가로 꼽힌다.

그는 “AI 시스템은 현재 텍스트로 제한되며 텍스트 훈련만으로는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수 없다”며 “AI 시스템을 동물과 인간에서 관찰되는 지능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매우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AI 열풍이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르쿤 교수는 현재의 투자 규모가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질문에 “만약 5~10년 안에 인간 수준의 지능에는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수준으로 가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현재의 투자는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AI에 대한 관심이 천장에 부딪히고 성능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시나리오도 있다”며 “이 경우 투자는 감소하고 (AI는) 거품처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쿤 교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나 생성형 AI에 집중된 연구에서 벗어나 물리 개념 등을 이해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AI 시스템 모델로 ‘제파(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를 제시했다. 이미지와 비디오를 통해 이해하고 배우는 비생성형 AI 모델이다. 그는 이 같은 모델을 적용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가 탄생하는 데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한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선두에 설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이론부터 알고리즘·애플리케이션·하드웨어, 심지어 로보틱스까지 모든 스펙트럼을 망라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뿐”이라며 “특히 로봇 공학은 앞으로 10년간 매우 중요한 분야로 AI와 상호작용을 통해 굉장히 대중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르쿤 교수는 정부 주도의 AI 프로젝트는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프랑스나 다른 유럽 국가, 아랍에미리트, 중국 등에서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이런 시스템은 결국 최고의 기술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뒤처졌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며 “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백, 수천 명의 전문 인력 등을 투입하고 이런 시스템을 미세 조정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전 세계 어느 정부도 AI 중심의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기술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메타와 같이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고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르쿤 교수는 AI의 발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관론을 일축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기계가 우리보다 더 똑똑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자신보다 똑똑한 동료와 함께 일하는 데 매우 익숙하고, 이것이 바로 앞으로 인간과 AI 시스템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에 대한 과장된 우려를 기반으로 규제를 수립한다면 정보 공유를 막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AI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AI 포용적 규제를 강조했다.

앞으로 르쿤 교수는 조경현 뉴욕대 교수와 함께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의 공동 소장을 맡는다. 공동 연구에 참여하는 한국 연구진들을 해외 파견 형식으로 현지에 상주해 연구를 수행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개소식에서 “한국과 미국의 AI 협력·혁신에서 새 전환점을 맞이하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미국과 AI 연구에서 협력 관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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