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롯데도 뛰어들었다... 유통가 달구는 'RMN' 뭐길래
고객 데이터 분석, 홈페이지·매장을 광고판으로 수익 창출
美 아마존과 월마트 20%대 광고 매출 성장률... 韓은 초기 단계
김상현 롯데 유통군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자사가 보유한 고객 멤버십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 부회장은 “광고 매출의 이익률은 60~70% 수준으로, 미국의 경우 수백 개의 유통업체들이 광고업을 시작했다”며 “우리도 광고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RMN(Retail Media Network,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이 유통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RMN은 2021년 미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소개한 개념이다. RMN은 온라인 쇼핑몰의 검색 창과 배너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다양한 채널에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초기에는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 주로 사용했지만, 월마트와 타깃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리테일 미디어’라는 줄임말로도 불리고 있다.
◇ 매장과 홈페이지를 광고판으로... 아마존·월마트가 주목한 RMN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RMN은 유통사의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기 때문에 광고 집행과 동시에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마존과 월마트의 RMN을 통한 실구매 전환율은 각각 9.47%, 6.58%로, 구글(3.75%)과 마이크로소프트(2.94%)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가 이미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형 광고가 가능한 덕이다.
RMN은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최근 1년간 광고 매출 성장률은 24%, 월마트의 성장률은 26%에 달했다. 지난해 아마존은 470억달러(약 62조원) 규모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이는 아마존 프라임 매출액(402억달러)과 글로벌 전체 인쇄 광고 매출액(272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월마트는 2021년 ‘월마트 커넥트’라는 명칭으로 광고 사업에 진출했다. 아마존과 다른 점은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사이니지, 키오스크, 디지털 월 등에 광고를 노출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 월마트는 더 많은 광고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틱톡, 스냅챗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SNS) 및 스트리밍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최근에는 스마트TV 업체 비지오(VIZIO)를 23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했다. 비지오의 TV 운영체제인 스마트캐스트를 통해 광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 국내에선 이마트·롯데 등 대형 유통사가 RMN ‘시동’
국내에서 RMN은 걸음마 단계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RMN 시장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커머스 선도 기업인 쿠팡이 매출액의 5% 정도를 RMN으로 창출했고, 나머지 기업들은 1% 수준에 그쳤다. 아마존이 이커머스 매출의 8%를 RMN을 통해 창출하는 것에 비해 미약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RMN 사업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이마트는 온오프라인 자산을 활용한 광고업을 통해 연간 5000억원 상당의 광고 매출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작년 RMN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30%가량 증가한 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광고 성과 분석 자료인 ‘셀러리포트’ 서비스를 기존 2.0에서 3.0으로 고도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점포 역시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이마트는 재단장 점포에 디지털 사이니지(옥외 광고)를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작년 기준 이마트의 디지털 미디어(사이니지 포함) 운영 점포는 122개점으로 전체 매장의 94%에 달했다.
롯데쇼핑도 RMN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낙점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IR데이에서 온오프라인 데이터와 애드 테크(Ad-Tech,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광고하는 것)를 융합한 광고 수익모델 RMN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을 통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멤버스 4100만 명의 퍼스트파티 데이터(First-party data,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직접 수집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RMN 사업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롯데 유통군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롯데온, 하이마트, 세븐일레븐 등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미디어 환경을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 최저가 경쟁으로 이윤 줄어든 유통업... 광고 사업이 구원투수 될까
유통업계가 RMN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인구 구조 변화 등에 따른 소비시장 전망 불확실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상품 판매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최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 마진만을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아울러 개인정보보호 강화 추세에 따라 데이터를 간접적으로 수집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광고시장에서 유통 기업이 가진 데이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RMN 시장 개화는 유통사들에는 유통사가 보유하고 있는 퍼스트파티 데이터의 수익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RMN의 수익성은 기존 유통마진율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성공 관건은 제대로 된 수익화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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