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대주였는데 마이너 강등까지..추락하는 히메네즈에게는 날개가 없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추락하는 히메네즈에게는 날개가 없는 듯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9월 25일(한국시간) 외야수 엘로이 히메네즈를 마이너리그로 강등시켰다. 볼티모어는 이날 1루수 라이언 마운트캐슬이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하자 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마이너리그 옵션을 사용해 히메네즈를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로 보냈다.
이유는 명확했다. 성적 부진이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트레이드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떠나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히메네즈는 이적 후 33경기에 출전해 .232/.270/.316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화이트삭스에서도 65경기 .240/.297/.345 5홈런 16타점으로 부진했던 히메네즈는 이적 후에는 성적이 더 떨어졌다.
선수 본인도 현실을 인정했다. 히메네즈는 빅리그에서 이미 서비스타임 5년을 채운 선수로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다.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구단의 트리플A행 요구를 받아들였다. 물론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경우 볼티모어가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조치를 한다면 시즌 종료가 임박한 만큼 결국 무소속으로 시즌을 마칠 수 밖에 없지만 마이너리그에 남을 경우 포스트시즌 복귀 가능성도 존재는 한다는 계산이 포함된 수락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추락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1996년생 우투우타 히메네즈는 최고의 기대주였다. 시카고 컵스 산하에서 전체 14순위 평가를 받는 유망주였던 히메네즈는 마이너리거 시절이던 2017년 여름 트레이드로 화이트삭스로 이적했다. 당시 컵스는 꾸준한 투수였던 호세 퀸타나를 영입하며 화이트삭스에 히메네즈와 딜런 시즈(현 SD) 등 기대주들을 보냈다.
화이트삭스 이적 후 더 성장한 히메네즈는 2018년에는 전체 4순위, 2019년에는 전체 3순위 유망주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9시즌 개막에 앞서 화이트삭스와 6년 4,300만 달러 장기계약을 맺고 시즌 개막전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데뷔도 하기 전에 장기계약을 맺는 파격 대우를 받았을 정도로 히메네즈는 특급 기대주였다.
히메네즈는 데뷔시즌 122경기에 출전해 .267/.315/.513 31홈런 79타점을 기록했고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4위에 올랐다. 신인왕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데뷔시즌 30홈런을 쏘아올리며 왜 자신이 특급 기대주인지를 증명했다. 그리고 단축시즌에도 55경기 .296/.332/.559 14홈런 4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2021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55경기 .249/.303/.437 10홈런 37타점에 그친 히메네즈는 2022시즌에도 부상을 겪었지만 84경기 .295/.358/.500 16홈런 54타점으로 성적 반등을 이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120경기에서 .272/.317/.441 18홈런 64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5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은 436경기 .275/.324/.487 89홈런 275타점. 비록 출루율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고 데뷔시즌 이후 장타 부문에서 확실한 파괴력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충분한 정교함을 가졌고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 생산성을 꾸준히 유지했다. 특급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빅리거로서의 입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히메네즈는 올해 급격히 추락했다. 시즌 시작부터 불안했다. 4월부터 7월까지 한 번도 월간 OPS가 0.700을 넘지 못했다. 이적 직후인 8월 23경기에서 .296/.315/.409 1홈런 7타점을 기록한 것이 올해 월간 최고 성적. 하지만 9월 10경기에서 단 1안타에 그치는 최악 부진에 빠졌고 결국 메이저리그 로스터 자리까지 잃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결국 포스트시즌 전력에서도 사실상 제외됐다는 의미. 볼티모어 야수진에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히메네즈의 올시즌은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화이트삭스와 6+2년 계약을 맺었던 히메네즈는 2025시즌 1,650만 달러, 2026시즌 1,85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이 있다. 올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볼티모어가 히메네즈에게 내년 1,650만 달러를 투자할 확률은 희박하다. 히메네즈는 바이아웃 금액 300만 달러를 받고 포스트시즌 종료 후 FA 시장으로 향할 것이 유력하다.
수비에서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실상 지명타자인 히메네즈는 타격에서의 강점도 잃었다. 곧 28세가 되는 히메네즈는 FA 시장에서 외면까지는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좋은 계약을 따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고의 기대주였지만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자리도 유지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과연 최악의 시즌을 보낸 히메네즈의 커리어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엘로이 히메네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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