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정치권 ‘의기투합’… 17년만에 ‘평화특구법’ 결실 [평화경제특구, 해법 없나①]

김요섭 기자 2024. 9. 2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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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17차례 발의, 모두 폐기...접경지역 의원들, 포기없이 법안 제출
지난해 214명 찬성으로 통과...道, 경의축·경원축 중심 특구개발 구상
북부 균형발전·평화생태 공존 목표... 도내 여야와 손잡고 특구 유치 ‘총력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8월17일 열린 경기도 주관 평화경제특구 경기도 유치 국회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동연 지사, 박정 의원, 김경일 파주시장 등이 특구 유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우리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윤후덕 의원과 본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2건의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김성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이상 3건의 법률안은 각각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고 3건을 통합 조정한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을 우리 위원회안으로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5월25일 오후 4시12분 국회 본회의장. 김진표 국회의장은 의사일정 제25항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 평화경제특구법)을 상정하면서 제안설명을 박정 국회의원에게 요청하자 박 의원은 이처럼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3분여간에 걸친 제안설명이 끝나자 의원들의 전자투표가 시작됐다. 결과는 재석 220명 중 찬성 214명, 반대 2명, 기권 4명으로 평화경제특구법(대안)이 가결됐다. 2006년 17대 첫 발의 후 17년 만인 21대 국회에서 평화경제특구법이 통과된 순간이다.

20대 국회 1호 법률안으로 평화경제특구법을 제출했던 박정 국회 예결위원장(파주을)은 “평화경제특구는 접경지역 균형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평화경제특구, 국회 첫 법안 발의는 파주시가 모델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평화경제특구법은 2006년 2월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17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정치권은 “당시 냉전기에 정치적 제안이었기에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평화경제특구 논의가 활발해진 계기는 개성공단 가동과 맞물렸다.

박 위원장실 관계자는 “2004년 12월 개성공단 시범단지 첫 제품이 출시되고 이듬해 시범단지 인프라가 완성될 즈음에 평화(통일)경제특구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첫 삽을 떴다.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8, 1989년 10월 잇따라 유엔총회 및 국회연설에서 DMZ 평화시 건설(이산가족면회소, 남북연합기구 등)을 제안했다.

당시 평화시 후보지로 검토된 곳은 파주시 장단면 일대다. 이런 구상은 1990년 초반 불거진 북핵 위기 등으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가능해지면서 2006년 2월 여야 의원 100명이 공동발의한 ‘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표발의 임태희 의원·현 경기도교육감)이 지금의 평화경제특구법의 모체가 됐다.

파주시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임 의원은 파주시를 수차례 방문해 법률안에 포함될 내용을 공유하며 수정을 거듭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 의원의 법안 발의 이후 4년 뒤인 2010년 정부안을 국회에 처음 제출했다.

평화경제특구법의 본격적인 논의는 20대 국회에서 이뤄졌다. 당시 초선 의원이던 박 위원장이 2016년 5월30일 국회 1호 법률안으로 제출한 평화경제특구법이 논의의 신호탄이 됐다. 파주시에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박 위원장은 “당시 보좌진과 함께 국회 개원을 고대하면서 밤을 새웠다. 그만큼 절실했다”고 말했다.

상정 이후 비슷한 내용들이 담긴 5개 법안이 같은 해 11월까지 6개월 동안 잇따라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파주갑)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동두천·양주·연천을), 당시 민주당 김현미 의원(고양정·전 국토부 장관),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당시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김포을·현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접경지역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이 주도했다.

22대 국회 들어 16명의 여야 의원은 ‘접경지역 내일포럼’(공동대표 박정·김성원 의원)을 발족시키며 향후 평화경제특구 조성에 힘쓰기로 했다.

김 의원은 “접경지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70년 이상 헌신하고 희생해 왔지만 각종 중첩규제에 발목이 잡혀 타 지역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접경지역 경제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접경지역 내일포럼 공동대표로서 반드시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경기북부발전 위해 평화경제특구를 우치해 경의축은 금융,무역,첨단과학 등 육성하고 경원축은 관광업,에너지,물류등 개발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경기도, 평화경제특구 기본구상안 만들며 ‘관정연대’ 맺어

접경지역에 평화경제특구를 유치하려는 경기도는 그동안 법안 제정을 위해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과 공동전선을 펼쳤다.

또 지난해 5월 법 통과 이후에는 국회에서 접경지역 국회의원들과 평화경제특구 추진 방안 및 조성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어 법 제정 1주년에는 경기도 유치토론회를 갖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철 도 평화기반과장은 “그동안 평화경제특구기본구상 연구, 맞춤형 법안 연구, 새로운 경제환경을 반영한 경기 북부 평화경제특구 조성 방안 등을 통해 중앙부처 및 국회의원 건의가 총 43차례에 이를 정도로 맞춤형 준비를 했다”며 “현재 통일부 기본계획구상 연구용역에 도 의견을 제출했다. 지금도 특구유치 전략 모색 및 홍보 강화를 위해 도와 경기 북부 시·군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평화경제특구 기본구상은 경의축(파주, 고양, 김포), 경원축(연천, 동두천, 양주, 포천)을 중심으로 한 특구 개발이다. 경의축은 금융, 무역, 첨단 과학 등을 육성하고, 경원축은 관광업, 에너지, 물류 등 개발 산업이 목표다.

조창범 도 평화협력국장은 “평화경제특구 유치는 경기 북부지역이 평화경제로 균형 발전하고 여기에 평화 생태가 공존하는 방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통일부 기본계획에 도의 이러한 대전제가 반영되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도의 입장을 응원한 접경지역 국회의원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평화경제특구법

평화경제특구법은 북한 인접지역에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지정, 운영해 남북 간의 경제적 교류와 상호 보완성을 증대하고 남북 경제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법이다. 평화경제특구는 접경지역 내에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개발사업(산업형·관광형)을 할 수 있도록 지정하는 특별구역이다. 특구 지정 및 절차는 기본계획, 개발계획, 실시계획 순으로 진행된다. 중앙정부(통일부)가 기본계획을 완료하면 시장·도지사가 개발계획을 만들고 특구 지정을 요청한다. 정부가 특구를 지정하면 시장·도지사가 개발사업 시행자를 지정하고 정부가 실시계획을 승인하면 사업이 착수된다.

■ 북한인접지역

평화경제특구법에 규정된 북한인접지역은 1953년 7월27일 체결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설치된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또는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 시·군의 관할구역에 속하는 특정 구역이다. 경기도는 김포·파주·연천이, 인천시는 강화·옹진이, 강원도는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이 해당된다. 여기에 남북 간 경제교류협력 촉진 및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위임지역이 포함되는데 경기도는 고양·양주·동두천·포천이, 강원도는 춘천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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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섭 기자 yoseopkim@kyeonggi.com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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