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마운드 파격실험…다승왕도 ‘원’포인트?

김은진 기자 2024. 9. 2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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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투수 원태인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승환 2군행에 ‘BS 2위’ 삼성
PO 3차전 선발 ‘15승’ 원태인
중요한 1차전 불펜 활용할 수도
LG도 외인 2명 후반투입 예고
선발 여유 KIA, 네일도 대기


2024시즌 KBO리그는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로 급선회했다. ABS의 도입과 함께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졌지만 오히려 투수보다 타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감독들의 계산도 복잡하다. 타고투저 흐름 속 경기 중후반 싸움이 쉽지 않다. 포스트시즌을 확정지은 팀들의 감독들은 변칙을 고민 중이다. 올 가을, ‘마운드의 대파격 실험’이 펼쳐진다.

원태인(24·삼성)은 올해 15승(6패) 평균자책 3.66을 기록했다. 리그 다승 1위로 사실상 다승왕 타이틀을 확정했다.

그런데 올시즌 다승왕이 가을야구에서는 중간계투로도 나설 가능성이 생겼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삼성이 불펜 운용을 고민하며 가장 확실한 투수 원태인에게 중간 1이닝을 맡겨 필승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일단 플레이오프는 선발 3명으로 가되 1차전을 꼭 잡아야 되는 상황에서는 원태인을 원포인트로 1이닝 정도 막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인 코너 시볼드, 데니 레예스, 국내 1선발 원태인이 확실한 3선발을 구성하고 있다. 일단 현재로서는 코너를 첫 경기 선발로 앞세우고 원태인을 3차전 선발로 계산하는 듯 보인다. 단기전에서는 첫 경기가 분수령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1차전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원태인을 선발 등판 며칠 전 불펜피칭 하는 개념으로 1이닝 투입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지난 23일 광주 KIA전에서 정대현 수석코치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이런 ‘변칙’까지 미리 고민하고 있는 것은 불펜 불안 때문이다.

필승계투조 최지광이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수술을 받게 되면서 한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가장 믿었던 오승환이 급격한 구위 저하로 지난 23일 2군에 갔다. 플레이오프까지 회복하기를 기대하면서 김재윤, 임창민, 김태훈 그리고 송은범 등으로 가을야구를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올시즌 불펜 평균자책 2위(4.95)지만 블론세이브가 25차례로 롯데(26차례)에 이어 가장 많았다. 원태인이 현재 삼성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믿음직한 투수이기에 나온 발상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1차전 선발=코너’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다. 코너는 지난 11일 대전 한화전 등판 이후 견갑골 부상으로 빠져 있다. 아직 결정된 것도 해답도 없는 채로, 삼성은 여러가지 방향으로 길을 열어놓은 채 포스트시즌 마운드 운용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플레이오프는 10월13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보름 이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오승환의 구위 회복, 코너의 확실한 응답과 준비 등으로 해답을 찾지 못하면 삼성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3위를 확정지은 LG 염경엽 감독은 일찌감치 외인 투수의 불펜 투입 가능성을 예고했다. 엔스와 에르난데스 중 한 명, 어쩌면 둘 모두가 경기 중 후반 결정적 순간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 KIA 이범호 감독은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여유 속 파격 운영 가능성이 남았다. 넘치는 선발 자원 중 일부는 불펜으로 나서야 한다. 공에 맞아 턱을 다친 제임스 네일 역시 회복 속도에 따라 선발이 아니라 불펜으로 나설 수도 있다.

가을야구 주인공이 속속 가려지면서 머리 싸움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번 가을 야구 마운드는 ‘예측 불가능’ 속에서 ‘파격’와 ‘변칙’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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