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높은 이행률” 일회용컵 보증금제 보고서 공표 안 한 환경부

윤연정 기자 2024. 9. 2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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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는 내용을 담은 산하 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환경부가 이를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지역 모니터링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선도지역인 세종시와 제주도의 대상 매장 600여곳 가운데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한 매장의 비율인 이행률은 지난해 10월 81.8%까지 올랐던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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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지역 제주·세종서 “이행률 81.8%까지 올랐다”는 내용
이용우 민주당 의원,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를 내팽개쳐”
지난해 6월5일 제주도청 앞에서 컵가디언즈와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2023 제주 컵보증금제 캠페인’ 결과 발표 기자회견 후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는 내용을 담은 산하 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환경부가 이를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지만, 환경부가 제도 시행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관련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사실상 폐지를 암시한 바 있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지역 모니터링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선도지역인 세종시와 제주도의 대상 매장 600여곳 가운데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한 매장의 비율인 이행률은 지난해 10월 81.8%까지 올랐던 것으로 나왔다. 제주도만 따로 보면 94.6%로 거의 100%에 가까웠다. 월 단위 일회용컵 반환율도 처음 제도가 시행된 2022년 12월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10월 73.9%(76만2945개)를 기록했다. 대상 매장은 스타벅스, 빽다방, 컴포즈 등 전국에 100곳 이상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매장들이다. 해당 보고서는 환경부로부터 자원순환보증금제도의 집행을 위탁받은 기관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연구용역을 발주해 지난해 말 작성됐고, 올해 4월 환경부에 제출됐다.

선도지역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참여현황.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컵으로 구매하면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 반납 때 이를 돌려받는 제도다. 2022년부터 시행해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환경부가 사회적 수용성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제도 시행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현재는 지자체 자율로 시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세종보다 제주도에서 높은 이행률을 꾸준히 보였는데, 이는 제주도청의 적극적인 행정지원과 기초지자체의 이행독려, 미이행 매장에 대한 지도 점검 및 행정처분, 지난해 4월7일 이후 점주들의 동참선언 등이 이행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의지를 갖고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주도의 이행률은 지난해 11월 환경부의 제도 시행 철회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 44.8%로 줄어들었다. 이행 초반인 지난해 3월 이행률 55.8%였던 세종시도 지난달 31.3%로 하락했다. 지난달 일회용컵 반환율도 세종시 43%, 제주도 54.2%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가맹점주들이 “전국으로 확대시행하는 경우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면서도 “전국 확대가 계속 유예되는 문제에 대한 불만이 다수 제기됐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수거 비용 등 개선할 점이 있지만, 충분히 지속가능한 제도”라며 “전국 시행을 통해 제도가 정착하면 페트병이나 캔 등에까지 보증금제를 확대해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국내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에서 한 해 플라스틱 컵이 최소 20억개가 넘게 버려진다”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를 내팽개쳤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2024 차(車) 없는 날, 차(茶) 있는 거리\' 행사에서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가져온 시민들이 무료로 차를 받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전국 시행시 제도 이행에 들어가는 비용 등이 보고서 내용에 담기지 않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 불편사항에 대한 개선 방안도 미흡하다고 판단해 발표를 못 했다”며 “지난달 환경부에서 (자원순환센터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발주해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고 하반기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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