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만큼 오를까…中 부양책 타고 '닥터코퍼'의 귀환
中 지준율 인하 예고…부동산 부양책도 강화
구리 가격에 수혜 보는 전선주도 눈길
"中 부양책 한계…구조적 상승 일러" 목소리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예고하며 구리 가격이 뛰고 있다. 경기 회복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 ‘닥터 코퍼’라는 이름까지 붙었지만, 올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구리 가격이 서서히 상승세를 탈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구리에 투자하기 위해 구리 선물이나 현물 등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하는 방법 외에도 전력주나 전선주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25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대표 구리 ETF인 ‘KODEX 구리선물(H)’은 전 거래일보다 155원(2.05%) 오른 77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인공지능(AI) 기대감에 2분기 잠시 반짝 강세를 탄 후,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약세 전환한 구리ETF가 서서히 상승 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TIGER 구리실물 역시 이날 2.01% 오른 1만 1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도 7만 7392주로 전날에 비해 177.44% 증가했다.
구리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단연 중국의 부양책 덕분이다. 전날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의 판궁성 행장은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 4000억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1.5%로 0.2%포인트 내리는 등 다른 정책금리도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부양책 역시 강화한다. 가계 이자부담을 줄여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주택 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다.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자본시장 지원을 위한 통화정책 수단 신설, 금융기관자산 담보 유동성 지원(약 95조원), 자사주매입 위한 재대출 지원(약 57조원) 등을 예고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중국의 대대적인 부양책에 시장은 환호했고 구리값은 뛰었다. 발표가 나온 후 24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은 2.93% 상승했고 구리 선물(3개월물) 역시 2.89% 올랐다. 은과 백금, 알루미늄, 아연 등 비철금속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부각에 ‘금’이 독점하던 상품 시장의 상승세를 이제 중국 부양책에 힘입은 구리가 물려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전선주도 눈길…“추세적 상승은 지켜봐야” 목소리도
특히 시장은 ‘구리’에 주목한다. 구리는 산업 전반에서 활용이 되다 보니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에서 원재료로 많이 쓰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리는 디램(DRAM) 배선이나 전선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인공지능(AI) 수혜도 보고 있다.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라면 전선주에 주목하는 경우도 많다. 이날 코스피가 1.34% 하락하며 2590선으로 되돌아간 상황에서도 이구산업(025820)과 가온전선(000500)은 각각 7.74%, 5.98%씩 올랐다.
다만 구리 가격의 반등에 앞서 조금 더 지켜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 경기 둔화의 원인은 부양책의 부재가 아니라 민간투자 위축에서 시작된 만큼, 부양책이 추세적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 IT기업이 시장을 이끌었고 중국 내 창업을 하려는 이들도 늘었지만 시진핑 정부가 이들을 단속하며 투자심리가 꺾여버렸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알리바바 그룹과 같은 기술기업들을 단속하고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쾌락주의적’ 생활 방식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양책이 다음달께 발표된다고 해도 9월 말 경기지표가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면, 그 효과도 사라질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개선 속도는 여전히 더뎌 10월 중순에 9월 실물 지표가 발표되는 시점에 투자심리가 다시 약해질 수 있다”면서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 구조적 상승을 기대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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