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배 불릴 때 점주들 배고팠다···1년 새 442명 떠나

박시진 기자 2024. 9.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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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브랜드 중 20개는 매출 하락
등록한 50개 브랜드 중 25개 사라져
1년 간 계약해지 22%·명의변경 16%
타사와 달리 본부 매출 늘 때 점주는 줄어
운영기간 감소···밸류에이션 높이려 몸집↑
[서울경제]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대다수의 가맹점 매출이 하락하면서 최소 442명의 가맹점주가 사업을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가맹점 본부와 점포 매출이 함께 성장하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25개가 넘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더본코리아가 빽다방 등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브랜드의 점포 당 매출이 줄었고, 가맹점주가 타인에게 사업을 넘기는 명의 변경이나 계약 해지를 선택했다. 더불어 더본코리아가 보유한 브랜드 중 점포 수가 10곳 미만으로 ‘개점 휴업’인 브랜드는 8개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몸집은 커졌지만, 실제로는 소수 브랜드에 매출이 쏠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가 운영 중인 주요 브랜드 25개 중 점포 당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브랜드는 총 5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빽다방이 2억9739만원에서 3억1909만원으로 7.3% 늘었고, 빽다방빵연구소(22.8%), 백종원의원조쌈밥(24.0%), 돌배기집(15.4%)가 증가했다. 홍콩반점0410은 전년보다 매출이 4.8% 늘긴 했지만, 2년 전보다는 1.4% 감소했다.

나머지 20개 브랜드의 점포 당 매출은 일제히 줄었다. 연돈볼카츠는 2억5976만원에서 1억5699만원으로 39.6%가 감소했고, 롤링파스타(-14.7%), 한신포차(-9.4%), 새마을식당(-4.4%) 등도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가맹점 매출은 하락했지만 가맹본부인 더본코리아 매출액은 지난해 4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 올라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직전해(257억원) 대비 소폭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이 209억원으로 39.6% 늘었다. 이 중 프랜차이즈 부문 매출액은 3717억원 수준이다.

더본코리아의 매출 추이는 가맹본부 총 매출과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이 함께 상승하는 타 브랜드와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전체 가맹본부 매출액은 48조3000억원에서 10년 만에 69조원으로 42.9%가 올랐다. 이 기간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은 2억4900만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40.6%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 어려워진 가맹점주들은 점포를 매각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추세다. 지난 한 해 동안 더본코리아와 신규로 계약을 맺은 점포는 523곳으로 직전해(660곳)보다 26.2% 줄었지만, 명의변경(216곳)과 계약 해지(226곳) 점포는 각각 16.8%, 22.2%씩 늘었다. 빽다방도 신규 점포가 2022년 278곳에서 241곳으로 감소했고, 연돈볼카츠는 75개에서 4개로 급감했다. 현재 점포를 매물로 내놓은 곳은 빽다방 23곳, 빽보이피자 15곳, 본가 11곳, 롤링파스타 10곳 등 총 93개다.

가맹점 영업기간도 업계 평균보다 짧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외식업체 프랜차이즈의 사업자 평균 운영 기간은 2020년 6.8년에서 2022년 7.7년으로 늘었다. 반면 더본코리아 가맹점 영업기간은 3.3년에서 3.1년으로 줄었다.

더본코리아는 시장성을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를 내놨다가 접는 다브랜드 전략을 펴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1993년 문을 연 원조쌈밥집을 시작으로 본가, 새마을식당, 백스비어, 돌배기집 등 50개 브랜드를 만들었고, 이 중 논현왕돈까스, 한국본갈비, 홍마반점0410, 해물떡찜0410 등 25개가 사라졌다. 남아있는 25개 중에서도 퀵반, 고속우동, 낙원곱창 등은 점포 수가 0개로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

더본코리아는 기존 사업을 접으려는 가맹점주들에게 로열티를 받지 않는 대신 다른 브랜드로 전환해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는 로열티를 아끼고 더본코리아는 가맹점주를 잃지 않는 한편 인테리어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문어발식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상장 시 유리한 가격을 받기 위해 몸집을 키운 것"이라며 “통상 가맹본부 매출이 늘수록 가맹점 평균 매출도 증가하지만, 더본코리아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3년 간 1억2000만원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브랜드가 없어질 때 점주들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정리한 뒤 자사의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다”며 “시장 변화로 인해 브랜드의 침체로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 가맹점주들이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더본코리아의 매출은 유통상품, 해외사업 확대, 국내 신규출점으로 인해 증가한 것”이라며 “소비심리 위축, 경기침체에 이어 소형매장의 비중이 커져 평균 매출액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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