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치유의 시작은 인정

경기일보 2024. 9. 26.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달과 놀던 아이'를 쓴 뤼시엥 뒤발은 가톨릭 사제이자 유명한 샹송 가수였다.

그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 경험과 힘겨운 회복 과정을 책에 담았다.

자제력을 잃고 절망 속에 방황하던 그에게 치유는 중독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수용하는 것이 중독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달과 놀던 아이’를 쓴 뤼시엥 뒤발은 가톨릭 사제이자 유명한 샹송 가수였다. 그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 경험과 힘겨운 회복 과정을 책에 담았다. 자제력을 잃고 절망 속에 방황하던 그에게 치유는 중독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나 뤼시엥 뒤발은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저는 알코올을 이겨낼 힘이 없습니다. 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사실 우리 역시 여러 형태로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또 얼마든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어 잘 모를 뿐이다. 매번 조절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또다시 무언가를 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실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 물질(알코올, 약물 등)이나 행동(도박, 성, 인터넷)뿐 아니라 권력, 명예, 자리같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이거나 투자, 소유(소비), 일같이 자신에게 이득을 된다고 믿는 것이라면 더 교묘하게 우리를 지배하는 중독이 될 수도 있다.

중독의 특징은 그 행위에 사용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 친구와 교제하는 시간, 자신을 성찰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찰나지만 자신에게 해방감, 성취감, 절정의 극치감을 선사한 그 경험을 어떤 형태로든 재경험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작용과 그 무의식적인 작용에 뇌가 지배를 받아 몸이 기계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스스로를 중독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독자들은 자신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모르게 특정 행동(술, 약물, 게임, 도박, 쇼핑, 스마트 기기 등)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잠깐의 틈새 시간, 그리고 더 심각하게는 밤에 잠을 자야 할 시간을 줄여 중독행위에 몰입한다. 그러다 보니 낮에 더 피곤하고 더 쉽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남들에게는 늘 바쁘고 여유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자신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행위가 자신에게 위로를 줬지만 대개는 후회와 부끄러움을 유발하고 종래에는 고통스러운 삶으로 귀결된다.

뒤발은 중독 행동을 멈추려면 행복해져야 하고, 또 행복해지려면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중독이 시작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초기에 느꼈던 극치감과는 다르게 중독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후회와 죄책감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죄책감에 빠져 자기 처벌 심리가 작동하면 중독 행동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중독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수용하는 것이 중독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홀로인 상황, 아무도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중독은 다시 외로움과 불행감 등 정서적 불편감을 불쏘시개 삼아 활성화한다.

중독에서의 치유는 나만의 세계를 버리고,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사람들과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전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