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지도앱’… 화면 밖 세계로 넘어오다
구글은 지난 7월 파리 올림픽을 기념하며 지도 앱에서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앞에서 구글 지도를 켜고 새로 생긴 ‘AR 경험’이란 항목을 누르면 지금과 사뭇 다른 1900년대 에펠탑 건축 양식을 증강 현실(AR)로 덧대어 볼 수 있다. 18세기 노트르담 대성당의 옛 모습이나 이제는 철거돼 사라진 프랑스혁명의 시발점 바스티유 요새도 지도 앱을 통해 즐길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세계를 무대로 커온 거대 기술 기업들이 점차 화면 밖 세계로 넘어오고 있다.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에 정교하게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상용화 단계에 이른 증강 현실·가상 현실(VR)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세계를 아우르는 각종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스테반 실바 구글 프로덕트 선임 매니저는 “물리적 세계가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노는 방식이 재정의 될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장소가 증강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지도 기술 고도화하는 빅테크
빅테크들이 현실과 디지털을 혼합하는 ‘컨버전스’ 기술을 적극 개발하는 것은 자율 주행과 로봇, 인공지능(AI) 분야에 꼭 필요한 인프라 기술이기 때문이다. 가령 고정밀 지도는 자율 주행 차량·로봇 주행에 필수불가결한 기술로 꼽힌다. 사람이 아닌 기계를 사용 주체로 간주해 기존 내비게이션 맵에선 감지되지 않는 차선과 노면 마크, 도로 경사, 표지판, 신호등, 객체 간 거리 등 세밀한 주변 정보를 반영해 센티미터(cm) 단위 정확도로 구현한다.
구글은 지도 앱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반복해 왔다. 2019년에는 휴대폰 카메라로 비춘 화면에 3차원 그래픽이 등장해 직관적인 길 안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AR 내비게이션 기능을 선보였고, 작년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교통 체증과 예상 날씨 같은 여러 현실 요소를 반영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경로를 실제처럼 시뮬레이션해 주는 ‘이머시브 뷰 포 루트’ 기능도 도입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거대한 물류망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 역시 지도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이다. 지난 2020년 제품 배송 경로 결정 및 배차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지도상에 제품 위치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지도 서비스 ‘아마존 로케이션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고, 올해 초 상점과 레스토랑, 명소 등 다양한 장소를 포함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2년 전에는 도시 교통 흐름이나 대규모 행사에서 인파의 이동 등 대규모 공간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클라우드(가상 서버) 서비스 ‘심스페이스 위버’도 선보였다.
◇네이버·카카오, 한국형 서비스로 맞대응
빅테크는 요즘 국내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려 한다. 우리나라는 휴전국이라는 특성상 보안 문제로 지도 데이터 유출이 힘들어 해외 기업이 진출하기 쉽지 않다. 2017년 구글이 AR 인기 게임 ‘포켓몬 GO’ 출시를 계기로 국내 정밀 지도 반출을 시도하다 무산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요즘은 전략을 바꿔 국내 기업과 손잡고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예컨대, 구글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고도화된 구글의 고정밀 지도를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탑재하려 하고 있다.
국내 지도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토종 기술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디지털 트윈 기술과 서비스로 맞대응하고 있다. 네이버페이가 지난달 출시한 ‘부동산 VR 매물·단지 투어’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주요 아파트 단지와 실내 공간 모습을 정교하게 구현해, 직접 가지 않고도 실내 공간 치수 측정이나 가구 배치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등 온라인 임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작년 각종 모빌리티에 부착해 고정밀 지도와 디지털 트윈 공간을 만들어주는 공간 정보 자동 수집·처리 장비 ‘아르고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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