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에 190억원 벌었으면서 잔디엔 7억원 썼다
서울시 상암구장 관리 소홀 도마
축구 팬·음악 팬들 갈등도 빚어져
열악한 잔디 상태로 도마에 오른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최근 3년간 대관 수입으로 19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면서도 잔디 관리에는 7억원밖에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잔디 관리에 충분한 예산을 쓰지 않은 채 외부 행사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설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축구 국가대표 경기와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 경기, 콘서트 등 문화 행사 대관 수입으로 2022년 41억282만원, 지난해 67억4212만원, 올해는 8월까지 82억550만원 등 190억5044만원을 벌었다. 하루 사용료와 더불어 행사 성격에 따라 관중 입장 수입 일정 비율을 받는다. 축구 경기와 콘서트는 8%, 일반 행사는 15%다. 올해만 아이돌 그룹 세븐틴과 가수 임영웅 콘서트로 24억1657만원을 벌었고, 지난 21~22일 아이유 콘서트 수입이 들어오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반면 공단이 잔디 관리를 위해서 쓴 돈은 3년간 7억3247만원이었다. 2022년 2억3962만원, 2023년엔 2억3958만원, 올해는 8월까지 2억5327만원을 지출했다. 수입 대비 잔디 관리 지출 비율은 3.8%다.
절대적인 금액은 적진 않다. 국내 경기장 중 잔디가 좋기로 손꼽히는 DGB대구은행파크는 잔디 관리 예산이 연 1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잦은 행사로 잔디 손상이 심하다는 점. 복구 관리 비용을 고려하면 예산을 더 들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시 도시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는 축구 경기 외에 다른 행사를 개최하지 않아 잔디 손상이 적다”고 말했다. 한 프로축구 경기장 담당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버는 돈을 생각하면 잔디 관리에 쓰는 돈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최근 잔디 논란에 대해 폭염·폭우 등 올여름 날씨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수년간 열악한 잔디 상태가 선수들 경기력을 저하시킨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이런 문제를 지적하자 서울시는 내년부터 문화 행사 대관 시 그라운드 위에는 관중석을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달 15일 예정된 이라크와의 월드컵 3차 예선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는 축구 팬들과 인기 가수 팬들 갈등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아이유 콘서트를 앞두고 한 축구 팬이 잔디 관리를 위해 콘서트를 취소해 달라는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넣자 아이유 팬 커뮤니티는 지난 13일 “경기장 잔디 문제는 전적으로 서울시설공단의 관리 소홀 책임”이라며 “무능력한 서울시 행정력을 규탄한다”고 입장문까지 냈다.
잔디 문제는 국내 다른 경기장들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 프로 선수들은 광주월드컵경기장과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잔디 질이 좋지 않다면서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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