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출전한 리디아 고 “은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후에”

민학수 기자 2024. 9. 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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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 우승 노리는 리디아 고
리디아 고(가운데)가 25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기자회견을 마치고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패티 타와타나낏(왼쪽부터), 박지영, 리디아 고, 이다연, 이민지가 함께했다. /뉴시스

“남편이랑 함께하는 라운드가 가장 즐거워요. 대회가 없을 땐 주말마다 함께 골프를 쳐요. 내기도 하는데 남편 실력이 만만치 않아서 지기도 하죠.” 리디아 고(27)는 즐거운 골프 경험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22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아들 정준씨와 결혼했다.

리디아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을 하루 앞두고 25일 인천 청라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8월 이후 그는 올림픽 금메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동화 같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주엔 LPGA 투어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도 제패했다. 최근 4개 대회 중 3개 대회 우승이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 치르는 경기여서 설렌다. 메인 스폰서 대회라 긴장도 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꿈같은 두 달을 보내고 있어서 남편과 ‘왜 이렇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지’라고 이야기할 정도”라며 “집에 메달과 트로피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리디아는 “골프는 미친(crazy) 게임”이라면서 “오늘 68타를 쳤는데, 별 이유 없이 내일 78타를 칠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정신을 잘 붙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스코어가 나쁘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남편을 만나면서 바뀌었어요. 골프를 일로 하는 것 외에 즐길 수 있고, 성적이 안 나와도 인간 리디아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하죠”라고 했다.

결혼 후 2022년 LPGA투어 올해의 선수, 상금왕, 최저 타수상 등을 휩쓸었던 리디아는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상금 순위가 90위까지 추락했다. 작년 이 대회에서도 2라운드 컷 탈락했다. 그러나 다시 올해 반등했다.

경기력 측면에선 변화를 꾀했다. “예전엔 거리를 내려고 드로 구질을 많이 쳤지만, 페이드로 치면서 거리 손실을 보더라도 정확하게 칠 수 있게 됐죠. 긴장할 때도 꾸준하게 나올 수 있는 구질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성적이 같이 따라와 감사해요.”

리디아 고는 “로레나 오초아처럼 잘할 때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US여자오픈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뒤에 하고 싶다”고 했다. 은퇴하면 가장 먼저 학업(고려대 휴학 중)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고 언니이자 매니저 고슬아씨는 귀띔했다.

시아버지(정태영 부회장)는 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며느리 리디아를 “존경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쓴 적이 있다. 이에 리디아는 “아버님이 경영 분야에서 먼저 명예의 전당에 드셨다”며 “‘전형적인 며느리’가 아닌데도 이해해주시고 딸처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 음식 문화가 그에겐 잘 맞는다. “어제는 언니가 먹고 싶어서 꿈까지 꿨다는 치킨을 같이 먹었고, ‘마라 로제 찜닭’도 먹었다”면서 “솔 푸드는 엄마가 해주시는 월남 쌈과 고추장 돼지 등 갈비”라고 했다. 파리 올림픽 때는 한국에서 가져간 육개장과 설렁탕을 즐겼다. AIG 여자오픈 당시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식당에서 외식을 주로 했는데 뉴질랜드 음식과 비슷해 피시 앤드 칩스 등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우승 상금 2억7000만원이 걸린 이 대회에는 출전 선수 108명 가운데 외국 국적 선수가 16명이나 된다. 세계 16위 이민지(호주), 세계 19위 김효주, 세계 22위 패티 타와타나낏(태국) 등 LPGA투어 강호들과 시즌 3승을 거둔 박지영, 박현경, 배소현, 이예원 등 정상급 국내파 선수들이 대거 나서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리디아 고는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이민지(호주)는 “리디아가 최근 컨디션이 좋기에 우승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고, 김효주도 “지금 가장 ‘핫한’ 선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니냐”며 리디아 고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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