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로 간 CJ… 한류 노하우로 ‘모래바람’ 일으킨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국가 개조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K컬처에 손을 내밀었다. CJ그룹은 지난 4일부터 사흘 동안 사우디 정부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핵심 인사들과 연쇄 회동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우디는 CJ그룹을 초청하며 사흘 동안 관광부 장·차관, 국가엔터테인먼트청(GEA) 청장, 문화부 차관, 관광청장, 투자부 차관보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우디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주도하는 인물들이다. CJ그룹 역시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CJ주식회사 김홍기 대표, CJ ENM 윤상현 대표, CJ ENM 정종환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 등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탈석유 시대에 대응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사우디가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과 기업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변신하기 위해 K컬처의 성공 시스템과 노하우를 접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K컬처 노하우 원하는 사우디
이 회장을 비롯한 CJ그룹 수뇌부는 사흘 동안 사우디 문화부, 관광부, 국가엔터테인먼트청 등의 수장들과 부처별 미팅을 진행했다. 사우디 정부 인사들과 CJ그룹 참석자들은 회동을 통해 문화 산업 발전을 위한 협업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사우디 측과의 회담에서 “사우디의 문화 산업 성장 가능성과 깊이를 확인하고 감명받았다”며 “엔터테인먼트, 음악 등 CJ그룹의 문화 산업 노하우와 사우디의 문화 자원, 잠재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CJ 측에 고대 문명 도시 알울라(AlUla) 방문도 제안했다. CJ그룹 주요 경영진은 이곳에서 영화 제작과 녹음을 할 수 있는 2만5000㎡ 규모의 대형 스튜디오를 둘러봤다. 사우디 정부는 영화, 콘서트 사업을 하고 극장도 운영하는 CJ그룹 측과 현지 인프라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및 관광 분야의 협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은 지난 2022년 사우디 문화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22년과 작년에 한류 축제 ‘케이콘(KCON)’을 개최한 경험이 있다. CGV는 2019년부터 사우디 현지 사업자와 협업해 4DX 등 14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우디가 종합 문화 기업으로 K컬처 사업 성공 경험이 있는 CJ그룹의 노하우를 배워 사우디 문화 산업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관계자는 “CJ그룹은 지난 2022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 시 이 회장이 면담을 하는 등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며 “이번 방문으로 CJ그룹과 사우디 문화부의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사우디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인구가 6억명에 달하는 MENA(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 통합물류특구에 중동 지역 국제 배송을 전담할 글로벌권역물류센터(GDC)도 건설하고 있다.
◇이미지 변신 중인 사우디
CJ와의 협업에 앞서 사우디는 제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더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글로벌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며, 스포츠, 문화 분야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스포츠, 문화를 통한 이미지 쇄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변신을 추구하는 사우디의 뒤에는 자산이 1234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있다.
실제 사우디는 최근 대형 스포츠, 문화 이벤트를 싹쓸이하고 있다. 올해 e스포츠월드컵을 개최했고, 2029 동계아시안게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2034 FIFA 월드컵을 잇따라 유치했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 맞서 2022년 리브(LIV) 골프 리그를 출범시키며 욘 람(스페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등 정상급 스타들을 대거 데려오기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네이마르(브라질) 등 축구 수퍼스타들은 사우디 프로축구 리그(SPL)에서 뛰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행기어 상태로... 주차 후 내리던 여성, 차 문에 끼여 사망
- “무풍지대서 어른거린 한국… 매서운 비판보다 더 무서운 건 무관심”
- 식민 총독부도 ‘육조거리’는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박종인 기자의 ‘흔적’]
- 백만장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소박한 ‘술잔’을 선물했나
- 쓰레기 대소동? ‘생활 혁명’ 성공 뒤엔 주부들 있었다
- “승진 같은 거 하기 싫어” 책임 피하는 시대가 낳은 ‘언보싱’
- 교도소 가실래요?
- 강남 신축 아파트에서도… “찍찍찍” 쥐가 출몰한다
- [주식 매매 상위 종목 및 환율] 2024년 11월 15일자
- 대한민국 미래건축문화대상 시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