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체 식사 모임 된 尹·韓 만남, 지금 그렇게 한가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만찬 회동을 했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와 의료 사태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한 대표가 요청했던 윤 대통령과 독대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독대를 다시 요청했지만 성사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소통 없는 빈손 만찬으로 양측 간 불화만 노출했다.
이번 회동은 두 사람이 그동안의 앙금을 풀고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을 기회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체코 방문 때 원전 세일즈 등에 대해 장시간 얘기하고 여당 지도부는 주로 들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 앉았지만 야외에서 27명이 단체로 식사하는 자리여서 현안에 대해 논의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대통령과 단독 만남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사전에 보도된 것도 매끄럽지 못한 일이었다.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었다.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유예안을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민심이 담긴 여당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한 대표에 대한 개인적 감정 때문에 독대를 꺼린다면 곤란하다. 김 여사 문제와 의대 증원과 관련해 거북한 건의를 듣기 싫어서 피했다면 더 안될 일이다.
지금 의료 파행 장기화로 국민 불편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은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정부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야권은 김건희 여사 특검 공세를 펴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20%대로 동반 추락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란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순전히 김 여사 문제 때문이다. 한 대표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얘기하자 대통령실은 한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양측의 갈등은 여권 내분과 선거 패배로 이어졌고 국정 위기까지 부르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수사심의위는 가방을 건넨 최재영씨에 대해 ‘기소’ 권고를 했다. 가방을 준 최씨는 기소하고 받은 김 여사는 불기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 눈에는 모순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납득시키려면 김 여사의 사과 등 적극적 해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소통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다. 특검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상태로 의료 사태가 해결되기도 어렵다. 다른 국정 개혁도 좌초될 수 있다. 위중한 시기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났는데 단체 회식으로 끝났다면 국민은 ‘그렇게 한가한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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