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53] “얻고자 하면 먼저 주라”는 노자의 지혜
“장차 빼앗으려 한다면 반드시 먼저 주어야 한다. 이를 일러 미미한 밝음[微明]이라고 한다.”
탈(奪)은 빼앗다는 뜻도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차지하다, 얻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많은 이는 이 대목을 권모술수나 병가(兵家)의 지모(智謀)로 풀이한다. 그러나 미명(微明)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은은한 현명함을 가리킨다. 이는 현명함이나 지혜란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가리듯 숨기듯 은은할 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말이다.
노나라 장공이 수(遂) 땅을 바치며 제나라와 화친을 맺고자 회담을 했다. 이때 조말(曹沫)이라는 노나라 사람이 칼을 들고 회담장에 뛰어 올라가 그동안 제나라 환공이 노나라에서 빼앗은 땅을 모두 돌려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환공은 어쩔 수 없이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러나 그 후 환공은 마음을 바꾸어 약속했던 땅을 돌려주지 않으려 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이때 관중(管仲)은 그것을 단순히 반대만 하지 않고 “이 약속을 지켜 다른 제후들에게 임금께서 신의(信義)가 있으시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라고 간언하자 환공이 이를 들어주었다.
그로 인해 다른 제후들이 모두 제나라로 귀의했다. 이 일을 평해 사마천은 ‘관중열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관중은 바로 미명(微明)의 정치를 행한 사람이었다. 다시 사마천의 말이다.
“관중은 정치를 하면서 재앙이 될 수 있는 일도 복이 되게 하고 실패할 일도 돌이켜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해(利害)를 분별하고 득실(得失)을 재는 데 신중했다.”
이때의 이해나 득실이란 임금의 이해 득실이 아니라 백성의 이해 득실이다.
대통령부터 미명(微明)의 정치를 행한다면 국태민안(國泰民安)이 먼 곳의 일이겠는가? 여야 모두 미명(微明)은커녕 서로 현명(顯明)하려 하니 나라가 혼란(昏亂)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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