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어떤 사람이 잘못했다고 믿는가

2024. 9. 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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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사람은 순순히 그 사고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할까, 아니면 자동차의 결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할까.

그렇다면, 그 운전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일반 대중에게 물어보면 사람들은 어떻게 믿을까.

그뿐 아니라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의 피해가 클수록 그 믿음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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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결과 초래하는 행동에
사람들 의도성 부여 경향 보여
오해로 인한 공격, 파국만 불러
비극 재발 안 하게 함께 고민을

자동차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사람은 순순히 그 사고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할까, 아니면 자동차의 결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할까. 대부분의 경우 운전자는 후자의 예를 보인다. 이때, 운전자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만약 사고 후 인터뷰를 한 운전자를 뇌 스캐너로 데려가 실시간으로 뇌영상의 변화를 보면서 거짓말 탐지기 프로그램을 돌린다면, 운전자 스스로는 자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사고의 순간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 뇌가 객관적으로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기억하기보다는 공포와 흥분의 상태에서 실제와는 다른 상황을 기억하게 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동선 궁금한뇌과학연구소 대표
그렇다면, 그 운전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일반 대중에게 물어보면 사람들은 어떻게 믿을까. 십중팔구 사람들은 그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 그뿐 아니라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의 피해가 클수록 그 믿음은 커진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실험철학자 조슈아 노브는 ‘누군가의 행동이 항상 의도성을 가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2003년도의 한 논문으로 유명해진다. 무엇보다 그는 미국 뉴욕의 한 공원에 앉아서 실제로 행인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실험을 한다.

“어느 한 회사의 CEO가 자신의 직원으로부터 회사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서 보고를 받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을 파괴하지만, 회사에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오게 된다는 보고를 받고 이 CEO는 프로그램을 승인했습니다. 그는 환경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었을까요?”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82%가 이 CEO는 의도적으로 환경을 파괴하려 했다고 답한다. 이제 조슈아 노브 박사는 질문을 살짝 바꿔서 실험을 진행한다. ‘파괴’라는 단어를 ‘보호’라는 단어로 바꾼 것이다.

“어느 한 회사의 CEO가 자신의 직원으로부터 회사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서 보고를 받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을 보호하지만, 회사에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오게 된다는 보고를 받고 이 CEO는 프로그램을 승인했습니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었을까요?”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23%만이 CEO가 의도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려 했다고 답한다. 사실 노브 박사가 한 질문은 완전히 같았는데, ‘파괴’와 ‘보호’라는 단어만 바꾼 것이었다. 논리적으로는 사람들이 같은 결론을 내야 하겠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시나리오와 ‘보호’하는 시나리오에서 CEO의 의도는 전혀 다르게 평가되었다. 그 이유를 놓고 노브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에 대해서 사람들은 의도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이는 바로 “노브 효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노브 효과는 왜 일어날까.

2015년도에 Scientific Reports라는 국제저널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미국 듀크대학교의 연구진들은 그 이유가 뇌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두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이 잘못된 행위를 한다고 판단할 때는 감정적인 반응이 올라가면서 편도체가 훨씬 많이 활성화되는 반면, 다른 사람이 올바른 행위를 한다고 판단할 때에는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가 하는 경험의 통계적 빈도를 계산하며 편도체의 활성화도는 낮춰진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좋은 일을 경험할 때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감정적이 되지 않는 반면, 안 좋은 상황을 경험할 때는 감정적이 되면서 그렇게 된 것이 상대의 의도와 결정 때문이라고 믿게 되는 메커니즘이 뇌 안에 있다는 이야기다.

“너 일부러 상처 주려고 그런 거지? 나쁜 사람이네!”

뭔가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가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믿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시작된 오해가 서로에 대한 공격으로 연결이 되면, 파국의 결과로 갈 때까지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점점 더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잘못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사실 의도를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한 상황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고를 냈다면, 일단 상처받았을 이들에게 사과부터 하자. 잘못을 봤다면, 그러한 잘못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함께 찾아보자. 비극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장동선 궁금한뇌과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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