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부추기는 가짜 친구들[허태균의 한국인의 心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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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의 한 분야인 사회인지는 다른 사람에 대해 하는 지각, 인상 형성, 판단, 의사 결정 등의 사고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다.
'분명히 그 사람도 너만큼 자식을 사랑할 거야.' 우리 사회에는 이런 진정한 친구는 없고, 옆에서 '그래 맞아. 그 사람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게 분명해'라고 부추기는 가짜 친구들만 있는 것 같아 우리 국민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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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로는 이런 인간의 능력 때문에 갈등이 증폭된다. 자녀의 교육 문제로 의견이 다른 부부가 불신과 큰 갈등으로 가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거의) 모든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큰 차이가 없다. 부모의 대부분이 열심히 일하고, 음식을 만들고, 잠을 설치는 이유는 바로 자식이다. 그러니 학원을 보낼지 운동을 시킬지, 학교를 어디로 보낼지, 그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모두 자식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다. 단지 자녀의 행복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한 관점의 차이다. 만약 이 대전제가 있다면, 부부는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목적은 같으니까, 치열한 논의를 통해서 더 나은 방법에 합의하면 된다. 설사 합의가 안 되어도 서로 양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배우자가 자녀에게 무관심하다, 심지어 자녀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든지, 자기 자식인데 나만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된다. 이제 상대방은 대화할 상대가 아니다. 아니 그 얘기는 들어볼 가치도 없다. 왜? 자식을 망치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이런 막장 부부의 싸움판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한국이 망했으면 하는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다. 모두 한국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들의 의견은 너무나 다르고 심지어 정반대다. 그래서 그들은 상대방이 한국을 사랑하지 않고 망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매국노, 반국가 세력, 친일파, 빨갱이와 같은 단어들은 바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절대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는 단정이며 낙인이다. 한국을 사랑하지 않는 한국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숫자가 우리 국민의 절반이나 3분의 1이나 될 리는 없다.
부부 싸움 중에 ‘당신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잖아!’라는 비난을 듣는 사람은 얼마나 상처받을까? 과연 그 상처와 분노는 어떤 말로 돌아올까? 만약 그런 부부를 보면, 진정한 친구는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 ‘분명히 그 사람도 너만큼 자식을 사랑할 거야.’ 우리 사회에는 이런 진정한 친구는 없고, 옆에서 ‘그래 맞아. 그 사람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게 분명해’라고 부추기는 가짜 친구들만 있는 것 같아 우리 국민들이 불쌍하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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