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쓴 희망' 남긴 채…루게릭병 23년간 앓은 박승일 별세

송지혜 기자 2024. 9. 2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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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가 지난 2005년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중앙일보〉

23년간 루게릭병을 앓았던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가 오늘(2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승일희망재단은 “박승일 공동대표가 향년 53세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소천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인은 연세대와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농구선수로 활동했고, 2002년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에서 코치로 일하다가 루게릭병 판정을 받고 23년간 투병해왔습니다.

그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2002년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며 “루게릭병 환우를 위해 살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엔 눈으로 움직이는 마우스를 통해 집필한 '눈으로 희망을 쓰다'라는 책을 내 루게릭병을 널리 알렸습니다.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가 지난 2005년 특수장비 안구마우스 렌즈를 이용해 눈을 깜빡이며 메일을 쓰는 모습. 〈사진=중앙일보〉

루게릭병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으로 불립니다.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으로 병이 진행되면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되며 결국 호흡근이 마비돼 사망하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고인은 2011년엔 가수 션과 함께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각종 모금 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루게릭 요양병원은 지난해 착공해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에 앰뷸런스를 타고 참석했습니다.

'승일희망재단'의 공동대표인 박승일씨(왼쪽)와 가수 션. 〈사진=중앙일보〉

가수 션은 이날로부터 사흘 전인 지난 2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12월 완공 예정인 루게릭 요양병원을 소개하며 박 대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션은 “박 대표가 지어진 걸 보고 얼마나 기뻐할까, 그 생각에 벅차오른다”고 말해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션은 인스타그램에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과 글을 올려 추모했습니다.

“승일아 그동안 너무 수고했어
네가 쏘아 올린 작은 희망의 공이
많은 사람들이 이어가는 희망의 끈이 되었어.
네가 그렇게 꿈꿔오던 루게릭 요양병원이 이제 곧 완공되는데
그걸 못 보여 주는 게 너무나 아쉽고 미안하다
23년간 많이 답답했지
이제 천국에서 마음껏 뛰고 자유롭게 움직여…” (25일, 가수 션 인스타그램 중)

빈소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층 10호실에 마련됐습니다. 발인은 27일 오전 7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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