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영풍서 조달한 3000억 전액 추가 투입···최 회장과 쩐의 전쟁 시작 [시그널]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 동반 상향
韓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 2.4조 투입
최윤범, 한투증권 손잡고 대항 공개매수 유력
5% 이상 확보하면 MBK·영풍 저지 가능해져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4년 9월 25일 22:01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010130)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3000억 원을 추가로 베팅한 것은 25일에도 고려아연 주가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70만 원을 넘어서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하기 부담스럽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결국 기간 연장을 하지 않고 금액을 높일 수 있는 데드라인인 26일부터 가격 상향을 실행하는 것이다. 영풍은 공개매수 지원을 위해 MBK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3000억 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MBK는 기관투자가의 평균 매입 단가가 약 45만 원 수준이어서 기존의 공개매수가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현 주가에서 기관들이 공개매수에 청약한다면 저가 매도 문제를 피할 수 없어 가격 상향 카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MBK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할 당시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 원에서 2만 4000원으로 20% 높였으나 당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내 지분 매입으로 조현범 회장으로 판세가 기운 상태여서 무산된 바 있다.
지금부터는 MBK가 목표로 하는 최소 수량인 6.98%(144만 5036주)를 모을 수 있을지를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본격 ‘쩐의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BK가 최소 물량 확보를 하지 못하면 공개매수는 실패로 끝난다.
최 회장 측이 꺼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실탄이 마련됐다는 전제하에 대항 공개매수가 가장 유력하다. MBK보다 높은 조건으로 최소 5%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다면 상대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을 맡고, 투입 자금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매수는 미리 신청하더라도 4일 오후 3시 30분까지 취소가 가능해 시기는 다음 주 초가 유력해 보인다.
이날 영풍·MBK와 고려아연은 각각 경영권 인수와 방어를 위한 현금 확보를 위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영풍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연이율 5.70%의 3000억 원 규모의 금전 대여를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금전 대여 목적도 “공개매수 결제 자금 조달 및 기타 투자 활동을 위한 자금 대여”라고 설명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66만 원이었지만,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날도 70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새 가격인 75만 원은 현 공개매수 기간 장중 터치한 최고가다.
고려아연도 4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영풍·MBK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자금 마련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그간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왔지만 24일 200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데 이어 27일 추가 CP 발행을 통해 2000억 원을 조달한다. 24일 발행한 CP는 만기 6개월에 금리는 연 3% 중후반대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한투의 등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 회장이 SPC를 세우고 한투가 자금을 지원하되 최 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는 구조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거론됐던 베인캐피털의 경우 실사 기간이 짧은 데다 투자심의위원회 통과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의 브리지론 지원을 받는 MBK는 지금은 1조 5000억 원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2조 원까지 상향이 가능하다. 블라인드펀드까지 합치면 2조 5000억 원가량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백기사로 등장할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단 배임 이슈로 인해 추가 지분 매입까지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한화 외에도 LG화학과 현대차 등 기존 주주사들이 최 회장의 ‘우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선뜻 액션을 취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 회장은 최근 고려아연 사옥을 찾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다.
다만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기 위해 외부 자금을 끌어오려면 경영권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경영권을 내줘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 등 오너 일가와 친분이 두터운 그룹사들이 실제 고려아연을 지원할 방안을 고심한 것은 맞지만 공개매수 이후 주가 하락에 따른 수천억 원대 손실과 이에 따른 배임 위험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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