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尹 구중궁궐에” 대통령실 “韓 속좁고 교활”…‘빈손 만찬’ 뒤 갈등 깊어진 당정

김준일 기자 2024. 9. 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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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산책을 하고 있다. 2024.9.24. 대통령실 제공
‘빈손 맹탕 만찬’ 책임론과 독대 재요청을 둘러싼 갈등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간 감정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독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 방식과 시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독대 요청을 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다. 여권 내부에선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감정싸움으로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4일 만찬 성과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만찬 성과는 저녁을 먹은 것”이라고 답했다. 한 대표는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으려는 생각은 아마 저와 같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독대를 수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갔다. 독대 불발로 김건희 여사 논란 해결 방안, 의료 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관련 논의를 하지 못한 것을 꼬집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전날 만찬 직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차 요청하고 이를 언론에 알린 것과 관련해 “한 대표가 면담 요청을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대통령과 산책하면서 할 수도 있었다”며 “참으로 속 좁고 교활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만찬 다음 날 전화로 요청해도 될 일”이라며 “꼭 그 자리에서 할 필요는 없었잖느냐”고 날을 세웠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당 대표의 만남은 사전에 의제부터 일정까지 물밑에서 은밀하게 조율돼야 한다”며 “한 사람의 필요에 의해 요란하게 공개 요구하면 될 일도 그르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의원은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뿐 아니라 의정 갈등, 김 여사 문제까지 모든 걸 다 독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며 “윤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민심을 전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독대가 필요하다면 두세 번이라도 더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 질의를 듣던 도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4.9.25/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면담 요청을 정말 하고 싶었다면 만찬장에서든 산책 자리에서든 대통령께 ‘한 번 만나주십시오’라고 말했어야 한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나는 일이 ‘007 작전’처럼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느냐.”(국민의힘 장동혁 최고위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당 지도부 만찬과 관련해 ‘빈손 맹탕 만찬’ 지적이 나온 것과 관련해 25일 대통령실과 친한(친한동훈)계 지도부는 종일 날 선 감정적 언사를 주고받았다. 윤 대통령 측은 “원만하게 잘 된 모임을 꼭 ‘독대 요청 모임’으로 만들어 버려야 직성이 풀리겠는지 묻고 싶다”며 한 대표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고, 한 대표 측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나지 못할 사이냐. 용산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여권에선 전날 의료 갈등 해법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결 방안 등 현안 논의 없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지도부 간 만찬이 끝난 뒤 ‘빈손 만찬’ 책임론과 한 대표의 윤 대통령 독대 재요청 공개를 둘러싼 감정적 갈등이 격화되자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한 민생 현안이 산적한데 양측이 유치하게 감정 싸움을 할 때인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어서 만나 현안을 풀어갈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 韓 “독대 요청 용산 답 기다려”

한 대표는 이날 ‘어제 독대 요청 이후 (대통령실의) 응답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조금 기다려 보자”고 답했다. 한 대표는 ‘빈손 맹탕 만찬’ 지적에 “현안 관련 이야기가 나올 만한 자리가 아니었다”면서 “중요한 현안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독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당정 갈등이란 목소리가 나온다’는 질문에 “정치는 민생을 위해 대화하고 좋은 해답을 찾는 과정”이라며 “그렇게 해석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만찬 성과는 저녁을 먹은 것”이라고 말해 독대 불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거듭된 독대 요청 방식을 불쾌해하는 기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찬 전에도 일방적인 (요청) 공개 방식으로 사이가 틀어졌는데 또 재연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며 “언론에 노출해야만 하는 중독이나 집착이 있는 건가”라고 했다. “한 대표가 본인의 존재감을 키우려고 윤 대통령에게 일대일로 맞먹으려는 것 같다”는 불만도 대통령실 내에선 분출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도 “한 대표는 공멸하려고 저러는 거냐”며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당정이 민생, 국익과 같은 실질적인 이슈를 다루지 않고 독대로 각을 세우면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며 “‘대통령이 속 좁다’는 식의 야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친한계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 이대로 둘 수만은 없다”는 반박이 나왔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어제 한 대표가 독대 재요청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면 ‘뭐하러 갔느냐’란 비난이 쏟아지지 않았겠느냐”며 “윤 대통령이 독대를 계속 거부하고 김건희 여사와 의정 갈등 문제를 풀지 못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전날 만찬은) 국민들로부터 욕을 안 얻어 먹으면 이상한 것”이라면서 “‘독대 요청’을 누가 흘렸네 마네 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다”고 했다.

● 용산 “독대 여부, 尹이 결정할 문제”

당내에서는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현안을 긴밀히 논의할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양측 간 충돌이 거듭되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걱정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데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며 “부부가 싸움을 해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합심해서 집안을 챙기는데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이게 뭐냐”고 했다. 한 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서로를 진 빠지게 하면서 여권이 공멸하는 지경에 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다만 여권에서는 ‘독대 요청-무산’ 반복이 여권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성사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두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대 요청을 받은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독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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