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처치 업무 못 맡아…전공의 대체 어려운 공보의·군의관
“땜질식…의료 취약자들 피해”
정부는 전공의 부재로 인한 의료공백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군의관과 공보의를 앞세워 대응해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터져나왔을 때도 서둘러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군의관·공보의 추가 파견이었다. 그러나 군의관·공보의가 전공의 업무를 도맡기 어려운 데다, 가장 취약한 지역의료를 떠맡고 있는 공보의를 수도권 중심 수련병원에 파견하는 것이 지역 의료공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대형병원에서 파견 공보의·군의관과 일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부분의 군의관들은 역량이나 책임 소재 등의 문제로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기 어렵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도 군의관 두 명이 왔었는데 그중 한 명은 운좋게 레지던트 과정을 우리 병원에서 한 경우라서 바로 여러 업무에 투입돼 큰 도움이 됐고, 다른 한 명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신경외과에 배치됐음에도 거의 일을 못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의 핵심 업무는 진료·처치·수술이라 한 명의 환자를 다 맡아서 치료할 수 있어야 도움이 되는데, 파견 인력은 의료사고 시 책임 소재 문제 때문에 수술방 투입 등 환자 진료에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지역 거점병원인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한 교수는 “공보의와 군의관 여럿이 파견 왔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군의관들이 오면 주로 하는 일이 환자 동의서 작성, 채혈, 콧줄 삽입”이라며 “응급실 근무, 중환자실 환자 케어, 당직 등 전공의들이 하는 주요 업무를 나눠서 맡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말 소속 교수 217명에게 파견 공보의·군의관이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이 됐는지 물은 결과 30.9%만 ‘그렇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은 31.8%로 비슷했다. 비대위는 “(파견 인력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진료에 섣불리 참여하였다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두려워 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군의관·공보의 파견에 대해 애초에 한계가 명확한 ‘보여주기식’ 정책이었다고 지적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한국은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의사가 너무나 적기 때문에 코로나19 등 재난이나 위기 때마다 동원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상의 의사가 공보의·군의관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 시스템 자체가 너무나 취약하고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보의·군의관을 동원해서 의료공백을 줄였다고 하는데, 지역에서 노인들 만성질환을 관리하던 공보의들을 빼서 지역의료를 공백 상태로 둔 것이나 군 의료인력을 상시적으로 200명을 뺀 것은 의료공백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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