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 언급 없이…‘대입 패러다임 전환’ 운만 띄운 국교위
내신 외부평가 등 구체안 빠져…국교위 내서도 “맹탕”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의 중장기 교육정책 계획 주요 방향 12가지를 내놨다. 국교위는 ‘대입 패러다임의 전환’을 언급해 현행 대입제도를 손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수능 이원화, 내신 외부평가제 등 앞서 논란이 됐던 세부 정책들은 빠진 채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쳐 국교위 내에서도 “디테일이 빠진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준성 국가교육발전연구센터 센터장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교위 출범 2주년 기념 대토론회’에서 영유아 교육, 초중등 교육, 고등 교육, 직업·평생 교육, 미래 교육 등 5가지 영역에 해당하는 12가지 방향을 담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주요 방향(안)’을 발표했다.
초중등 교육 방향으로는 ‘AI 디지털 시대 학생 개별 맞춤형 성장을 위한 공교육 시스템의 대전환’ ‘학생 성장·역량 중심으로의 평가 및 대입 패러다임 전환’ ‘전문가로서의 교사, 존경받는 스승을 지원하는 교원정책’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문화와 인성교육의 실현’이 담겼다. ‘사교육 과열 해소, 불합리한 학벌주의 타파를 위한 제도 정비’는 사회적 과제로 제시됐다.
세부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학생의 ‘성장’과 ‘역량’ 평가, 대입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한 것을 두고, 객관식 문항에서 답만 고르는 식의 현행 수능과 대입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국교위 전문위원회 중간보고에는 수능Ⅰ과 수능Ⅱ로 나눠 치르는 ‘진로형 수능 도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Ⅰ에선 국어·영어·수학 등 언어·수리 능력을 보고 수능Ⅱ에선 고교 교과목 성취도 검사로 서·논술형 문항을 통해 종합 사고력을 측정하자는 내용이다. ‘9월 학기제 도입 검토’도 학제 개편 방식으로 중간보고에 들어 있다.
국교위는 영유아 교육 분야의 방향으로 ‘학령인구 감소 시대, 양질의 영유아 교육 출발선 보장’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학교, 늘봄학교 안착’ ‘모든 학생을 포용하고 지원하는 세심한 교육복지 실현’을 내세웠다. 고등 교육 분야에선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위한 고등 교육 체제의 전면적 재구조화 및 정부 투자 확대’ ‘세계를 선도하는 고등 교육 실현 및 학문 생태계 조성’이 제안됐다.
국교위는 관심을 모았던 방향별 세부 교육정책을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 국교위가 방향성을 내놓는 데 그치면서 광범위한 외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세부 정책을 공론장에 꺼내지 않고 국교위 내부에서만 불투명하게 논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교위 위원 A씨는 통화에서 “디테일이 없으니 찬반 토론이 불가능하다”며 “한국교육개발원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을 작성해 국교위에서 12월에 의결해야 하는데, 아직 (초안에 들어갈) 학제 개편, 대입 등은 어떻게 할지 의견 수렴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교위 측은 세부 논쟁에 매몰되지 않으려 큰 방향성만 밝힌 것이라고 했다. 국교위는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3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최종안을 발표한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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