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옥돔구이

기자 2024. 9. 2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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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이 있다는 건 축복이야. 중산간에서 ‘마음공부’하는 친구가 옥돔을 보내주어 구워 먹었다. 혀끝에서부터 짭조름하고 고소한 바다 맛. 제주에선 고둥을 보말이라고 하는데, 옥돔구이 곁에 보말국도 바라면 욕심일까. 지난여름 휴식차 갔을 때 ‘해녀의 집’에서 먹었던 물꾸럭(문어) 숙회도 그립다. 이왕지사 수영을 배운 김에 프리다이빙까지 해보련 벼렸는데, 그랬담 어디 섬 주변 할망바당(할머니 해녀가 찾는 수심이 얕은 바다)에 뛰어들어 보기도 했을 텐데 아쉬워라. 바닷물고기와 인사하고 소라도 줍고 말이지. 옥돔을 제주 남쪽 분들은 ‘솔나니’라고도 부른다. 입맛 없을 때 석쇠에 구운 솔나니를 손으로 좍좍 찢어 물에 만 밥에다 얹어 잡수어 보셨는가.

심리치료사 ‘캐롤라인 미스’는 몸과 영혼을 위한 7가지 신성한 진리를 권면한다. 귀한 옥돔에 밥을 한 끼 차려 먹듯, 마음도 꼭꼭 먹어야(결심해야) 제대로 사는 인생이라면서. 1. 모든 것이 하나임을 깨닫기, 2. 서로 존중하며 아끼기, 3. 먼저 자신을 존중하기, 4. 사랑의 신성한 힘을 길어 올리기, 5. 자신의 의지보다 신의 의지를 캐물으며 따르기, 6. 오직 지혜와 진리를 구하기, 7.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살아가기. 음식을 먹을 때도, 눈을 지그시 감고 맛을 느끼면서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한다면 부정적인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찡그리고 불평하며 원망하면서 탓하는 말, 미운 말을 내뱉고 살면 세상이 북극처럼 오싹 추워져. 외따로이 빛나는 들꽃처럼 돌올한 눈빛을 내뿜으면서 나와 당신을 존대하는 삶, 서로를 배불리 먹이려는 마음들이 세상을 살맛나게 한다.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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