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2년 전처럼 외롭게 빛났다
12년 전, 꼴찌 한화의 에이스는 당시 20대 중반의 류현진(37)이었다. ‘괴물’이라고 불리던 류현진은 2012년 27경기(182.2이닝) 9승9패 평균자책 2.66의 성적을 거뒀다. 이닝, 승수, 평균자책 등 투수 주요 부문 팀 내 1위는 당연했고, 비교 대상을 리그 전체로 넓혀도 정상급 성적이었다.
류현진은 2012시즌을 끝으로 7년간의 KBO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고,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다저스와 토론토에서 10시즌간 186경기 78승48패 1세이브 평균자책 3.27의 수준급 성적을 남겼다. 2019년엔 MLB 평균자책 전체 1위(2.32)에 올랐다.
류현진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할 때면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한화에서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왔다. 지난 시즌 종료와 함께 토론토와 계약이 끝난 류현진은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며 약속을 지켰다.
30대 후반이 된 류현진은 변함없는 한화의 에이스였고 28경기(158.1이닝) 등판해 10승8패 평균자책 3.87을 기록했다.
완급 조절에 능한 류현진은 커브, 커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의 허를 찔렀다. 구속 저하도 도드라지지 않았다. 이닝, 승수, 평균자책 등 투수 주요 부문에서 여전히 팀 내 1위였다. 25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 순위는 9위인데, 스탯티즈 기준 수비무관자책(FIP)은 3.71로 카일 하트(3.05·NC), 애런 윌커슨(3.63·롯데)에 이어 3위다. 수비 효율 8위(0.650) 한화의 수비가 더 안정적이었다면 류현진도 더 좋은 성적을 남길 수 있었다.
복귀 시즌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류현진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적응에 애를 먹으며 시즌 초반 고전했다. “모든 선발 투수가 그렇듯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려 한다”며 부담감을 내려놓은 류현진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결과적으로 올시즌 단 한 번의 엔트리 말소 없이 160이닝 가까이 투구했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엔 부담감을 굉장히 많이 느끼는 모습이었지만 여유를 되찾았을 때 위력은 더할 나위 없었다”며 “기대에 못 미쳤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자기 역할은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엔 중간에 로테이션을 거르는 등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며 “25경기 또는 150이닝 이하로 관리해주면 특유의 완숙미 있는 투구가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현진의 2024시즌은 28경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가을야구와 멀어진 것과 무관하게 추가 등판 의사를 전달했다. 역대급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내년에 더 던져달라”며 류현진을 만류했다. 한화가 지난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패해 포스트시즌 탈락을 확정하며 류현진도 2025시즌을 바라보게 됐다. 올해 가장 큰 수확은 한 시즌을 건강하게 소화할 건재함을 증명한 것이다. 12년이 흘렀어도, 류현진은 한화 선발 마운드에서 외로이 빛났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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