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도이치 주포' 편지 전문 확보
지난 대선 국면이던 2021년, 도피 중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포' 김모 씨가 공범에 전달하려고 쓴 편지의 전문을 JTBC가 확보했습니다. 편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렇게 우려를 밝힌 대목입니다. 김 여사만 처벌을 피하는 상황을 걱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이 이 편지를 이미 확보했던 사실도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와 함께 저희 JTBC는 김 여사가 공범 중 한 명과 수억원대 다른 투자 현안과 관련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도 확보했습니다. 지금부터 차례차례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주포' 김모 씨의 편지 내용부터 조해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조해언 기자]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차 주포인 김모 씨는 2021년 9월 중순부터 한 달 정도 도피했습니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올 때입니다.
김씨는 같은 해 10월 즈음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를 썼습니다.
김건희 여사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민모 씨에게 주려고 했던 겁니다.
검찰이 김씨의 도피를 돕던 측근 A씨의 주거지에서 확보한 겁니다.
편지에서 김씨는 김건희 여사를 직접 언급합니다.
"잡힌 사람들은 구속기소가 될 텐데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고 합니다.
앞뒤 문맥을 고려할 때 '달린다'는 표현은 구속이 되거나, 재판에 넘겨지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인들은 처벌을 받고 김 여사만 처벌을 피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걸로 보입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하며 고민한 내용들을 언급하다 나온 겁니다.
"갑자기 3명 영장을 청구했다길래 정말로 아무도 출석하지 않기를 기대했고 간절히 바랐다"며 "지극히 상식적으로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아무 대책도 없이 출석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형님이 왜 나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형님은 당시 구속영장이 청구돼 법원 실질심사에 나간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말합니다.
김씨는 붙잡힌 뒤 검찰 조사에서 "이종호가 왜 출석했는지 원망스럽다고 했는데 맞냐"는 검찰의 질문에 맞다고 했습니다.
'형님'이 이종호라는 걸 인정한 겁니다.
이어 "'나는 잘못 없어요. 누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라고 답한다면 그게 바로 자백"이라며 "나도 또 전략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적었습니다.
김씨는 검거 뒤 검찰 조사에서 이 편지를 본인이 쓴 내용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저희는 이 편지에서 김건희 여사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하는 대목도 찾아냈습니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불안해진 '주포' 김씨가 윤석열 당시 후보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윤 쪽은 김 여사만 빠져나가면 나머지는 무기징역을 받든 사형을 당하든 아무런 고민 없는 사람들'이라고 쓴 겁니다.
이어서 박현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박현주 기자]
김씨는 편지에서 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합니다.
"알아본 바로는 윤 쪽은 김건희 여사만 빠져나가면 나머지는 무기징역을 받든 사형을 당하든 아무런 고민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에게 기대하고 있었으니 나도 한심"하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11월에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도, 내년에 대통령이 되어도 뒤집기는 힘들다고 보고 어쩔 방법이 없어졌다"고도 합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구속됐기 때문에 대선결과와 무관하게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은 없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편지를 쓴 걸로 추정되는 2021년 10월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 힘 대선 예비후보이던 때입니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인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김씨는 또 편지에서 "이모 씨와 자신, 블랙펄 등 총체적 주가조작이란 검찰의 전제를 무너트려야 한다"며 "형님의 구속영장 청구 취지를 회장에게 공유해달라"고 적었습니다.
검찰이 1차 주가조작 주포인 이모 씨와 자신을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로 보고 있으니 상황을 뒤집으려면 구속된 '형님' 이종호 씨의 영장 청구 배경을 자신의 도피 조력자인 '회장'에게 알려야한다고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김씨는 "조사받은 내용들이 공유돼야 전술을 만들 수 있다"며 이씨에게 공유해달라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수사 대응 전략을 짜던 김씨는 편지를 쓴 뒤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10월 중순 체포돼 같은 달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의 2차 '주포'가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며 쓴 편지의 의미를 스튜디오에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법조팀장 서복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서 기자, 우선 저희 보도와 관련해서 박성재 장관이 국회에서 나와 한 발언부터 짚어보죠. 박 장관은 이종호 씨와 김건희 여사가 40차례 연락했다는 저희 보도에 대해, '실제 주가조작에 공모 내지는 가담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저희 보도 취지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 아닙니까?
[서복현 기자]
JTBC가 계속 보도를 이어가는 이유도 김건희 여사의 공모 내지 가담 여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검찰이 김 여사와 관련해 어떤 진술이나 단서를 가지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종호 씨나 대통령실의 해명만 알려졌습니다.
그 해명과는 다른 자료들이 확인됐기 때문에 김 여사 관여 여부를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생긴 겁니다.
[앵커]
도피 중에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는 편지를 쓴 주포 김모 씨가 어떤 인물인지도 짚어보죠.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아닙니까?
[서복현 기자]
법원이 주가조작의 공소시효를 인정한 2차 주가조작을 실행했던, 그러니까 주포라고 불리는 인물인데요.
김 여사가 김씨를 직접 찾아가 주식 계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2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습니다.
가장 일선에서 주가조작을 실행한 것으로 지목된 김씨가 도피 중에 절박함을 담아 편지를 쓴 겁니다.
[앵커]
편지 중에 '김 여사만 빠지는 상황 올 수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서복현 기자]
'빠지는' 이란 표현이 눈에 띕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우려한 건 김 여사는 빠지고 우리만 처벌 받는 상황'이라던 김씨의 말이 지금 상황과 유사하기도 합니다.
김씨를 비롯해 주가조작 일당은 기소돼 유죄를 받았지만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선 아직 처분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 당시에는 경선 전이니까 예비후보였죠. 윤 대통령을 언급한 것도 눈에 띄는데요.
[서복현 기자]
당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예비후보였는데 대통령이 돼도 상황이 뒤집긴 어려울 것이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만 빠져 나가면 나머지는 처벌 받아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건데요.
기대를 하고 있었으니 한심하다는 표현을 보면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의 구명 내지 사건 무마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김씨나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김 여사나 윤 대통령 측과 어떤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기대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편지 내용을 보면, 박성재 장관의 오늘(25일) 발언대로 실제 주가조작 세력과 어떤 관계였는지 더 규명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서복현 기자]
말씀드린 것처럼 '빠진다'는 표현부터 그런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김 여사와 관련해 김씨를 조사할 것이냐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씨는 항소심에서는 본인의 주가조작 혐의도 부인했습니다.
[영상취재 홍승재 영상편집 이지훈 영상디자인 강아람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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