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탈세 수법으로 등장한 ‘CEO 보험’ 리베이트

김윤나영 기자 2024. 9. 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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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일가 친인척 설계사로 둔갑
국세청 보험중개사 14곳 세무조사

국세청이 보험상품을 기업 사주일가의 법인세·증여세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일부 보험업체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보험업체는 기업 사주일가에 최고경영자(CEO) 가입 전용 보험을 팔면서 사주일가의 친인척들을 보험설계사로 둔갑시켜 수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25일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탈세를 도운 보험중개사 14곳, 의약품업체 16곳, 건설사 17곳 등 총 47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리베이트란 상품·용역 대가의 일부를 일종의 뇌물처럼 되돌려주는 행위를 뜻한다. 현행법상 제약업체가 의사에게, 건설사가 발주처나 재건축조합에, 보험업체가 고객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국세청은 ‘CEO 보험’(경영인 정기보험)을 활용한 신종 탈세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CEO 보험’이란 법인 비용으로 사주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가입하는 보장성 보험이다. CEO나 경영진이 사망하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보험금을 지급한다. CEO 보험 시장은 초고가 중개수수료를 챙기려는 보험중개사와 법인세·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중소법인 사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급되는 보험금만 10억원 이상이고 납입 보험료도 연간 수천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보험업체가 CEO 보험에 가입한 기업 사주 본인이나 배우자, 사주의 10·20대 자녀를 보험설계사로 둔갑시켜 사주일가에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보험중개사들은 영업 과정에서 “법인 비용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하므로 법인세가 절감될 뿐 아니라, 자녀 등이 고액의 보험설계사 수당을 지급받으므로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고객들의 탈세를 유도했다.

국세청은 의약품업체가 자사 의약품을 쓰는 대가로 의사들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도 포착했다. 한 의약품업체는 병원장 부부의 고급 웨딩홀 예식비·신혼여행비·예물비 수천만원을 대신 내줬다.

공사를 수주하는 대가로 시행사나 재건축조합에 뒷돈을 대준 건설업체들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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