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아동 성착취물 삭제 책임’ 맡기려 했는데…입법추진 무산

박현정 기자 2024. 9. 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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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이미지·음성 합성 기술) 성범죄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경찰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삭제 및 차단을 직접 요청토록 하는 입법 추진이 무산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강요한 경우 법정형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보다 높이고, 경찰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발견한 경우 지체 없이 방심위에 삭제·접속차단 요청을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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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과중” 반대에 개정안 마련만
여성단체 71곳이 꾸린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 공동행동’이 25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만 가진 디지털성범죄 피해물 삭제·차단 요청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는 법안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딥페이크(이미지·음성 합성 기술) 성범죄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경찰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삭제 및 차단을 직접 요청토록 하는 입법 추진이 무산됐다. 현재 불법촬영·불법합성 등 디지털성범죄물 삭제·차단 요청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만 갖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앞서 여성가족위원회가 처리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강요한 경우 법정형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보다 높이고, 경찰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발견한 경우 지체 없이 방심위에 삭제·접속차단 요청을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애초 김남희·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경찰이 방심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삭제·차단을 요청하는 ‘응급조치’ 신설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여가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과정에서 경찰(“업무 부담이 늘어난다”)과 방통위(“사업자에 과도한 의무가 될 수 있다”) 등 반대에 부닥쳐 ‘방심위에 지체 없이 요청토록 하는’ 개정안 마련에 그쳤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불법촬영·불법합성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거나 접속 차단 조처를 내리는 주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한겨레 자료

국회 법사위에도 경찰이 직접 성범죄 피해물 삭제·차단 요청을 하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전날 열린 법안심사1소위 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법안심사 자료를 보면 경찰은 해당 법안에 대해 “성착취물을 (협업) 시스템에 등록하면 방심위로 전송돼 실시간 방심위가 삭제토록 통보하고 24시간 내 삭제·접속차단 의결을 하며 24시간 뒤에도 삭제되지 않으면 차단 명령을 해 오히려 신속하다”는 등의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피해자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심위도 경찰도 (성범죄피해물) 삭제를 요청하도록 해 피해를 줄이는 게 맞다”면서도 “일단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후 개정안을 발의해 보완하자”고 말했다. 해당 법안에 처벌 강화 조항 등이 있으니 우선 이를 통과시킨 뒤 또다시 법안을 발의해 논의하자는 취지다.

결국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범죄피해물을 최대한 빨리 삭제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충분한 논의조차 없이 현행 체계와 사실상 다르지 않은 법안이 ‘딥페이크 방지법’으로 명명돼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 셈이다. 이는 정치권이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 곳곳에 확산한 뒤에야 처벌 공백을 메우려는 등 여러 법 조항을 한꺼번에 손보는 과정에서 빚어진 촌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법사위 문턱을 넘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불법합성 성범죄물인 줄 알면서도 이를 구매·소지·저장·시청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은 제작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뼈대다. 이날 처리된 법안은 2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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