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 지수 논란…외국계 투자은행도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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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지난 24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100개 종목과 선정 기준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가 정부가 애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강조했던 주주환원 가치와는 거리가 멀게 구성됐을 뿐 아니라, 일부는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편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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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지난 24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100개 종목과 선정 기준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가 정부가 애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강조했던 주주환원 가치와는 거리가 멀게 구성됐을 뿐 아니라, 일부는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편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서도 지수에 대한 혹평에 가까운 반응이 나왔다.
“주주환원 지표보다는 시장평가(PBR), 자본효율성(ROE)에 더 방점을 찍었다.”(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 전날 발표된 밸류업 지수를 놓고 25일 증권사들은 대체로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거래소가 엉성한 주주환원 지표를 종목 선정 기준으로 삼았고, 나아가 상대적으로 다른 지표에 더 무게를 실어 종목을 선정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거래소는 주주환원 지표로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여부’로만 삼고 배당수익률이나 배당성향 등은 따지지 않았다. 또 직접적인 주주환원 수준을 알 수 없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지수가 저평가 가치주보다는 우량 종목 위주로 구성됐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실제 아이엠(iM)증권 보고서(신희철)를 보면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2%를 밑도는 종목은 53개로 절반을 넘고, 배당성향이 20%를 하회하는 종목도 54개에 이른다. 이웅찬 아이엠(iM)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 제고 등에 메리트를 부여하겠다는 정책방향과 달리 지수의 구성 종목이 선정된 것 같다”며 “주주환원에 적극 참여하고 배당수익률도 높은 금융지주, 생명보험 등이 지수 구성 종목에 들어가지 못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수익성 지표(ROE)가 중시되면서 최근 2년간 업황이 좋았던 기업이 대거 지수에 편입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고점에서 편입됐다면 이후 업황, 주가 모두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지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수에 포함된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비중 합산이 30%에 이르고, 반도체 관련 종목이 총 14개나 되면서 결국 ‘반도체 지수’가 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2∼23년 합산 흑자라는 수익성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지수에 포함돼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질적 요건을 평가해서 들어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 실적이 지난해 손실액을 이미 만회했고, 시가총액 2위의 초대형주로 지수에 줄 영향 등을 두루 감안했다는 뜻이다. 비슷하게 선정 기준에 미달했으나 지수에 편입된 현대해상도 이익률이 높고 금융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큰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이날 잇따라 비판적인 입장이 나왔다. 스위스 투자은행 유비에스(UBS)는 이날 기관 고객 대상 투자 노트에서 “밸류업 지수가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거래소가 빨리 깨닫길 바란다”고 썼다. 홍콩계 투자은행 시엘에스에이(CLSA)도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구성 종목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비에스 쪽은 사후에 입장을 내어 “해당 의견은 유비에스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며 “직원이 고객들과 공유한 개인적인 의견에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된 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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