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근무로 출산 '껑충'… 시차출퇴근제로 아빠육아 '쑥'
일·가정 양립 우수 中企 분석
마녀공장, 난임치료 유급휴가
한화제약, 생산·사무·영업직
필요에 따라 유연근무 선택
尹 "비용 아닌 성장 위한 투자
기업들 인식 전환 필요한 때"
◆ 저출생 대책 ◆
화장품 제조업체 '마녀공장'은 불과 2년 만에 직원 이직률이 46%에서 12%로 뚝 떨어졌다. 더 높은 임금이나 더 편한 일자리를 찾아 쉽게 직장을 바꾸는 MZ세대 마음을 돌려세운 비결은 유연근무제였다. 일본 최대 무역상사인 이토추상사가 직원 출산율을 9년 새 3배나 끌어올린 비법과 일맥상통한다.
마녀공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완전한 자율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근태관리 시스템과 온라인 협업 도구를 활용해 직원들이 각자 생활 패턴에 맞게 근무시간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근로자들은 업무 시간 배분을 통해 충분한 육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곧 기업 성과로 나타났다.
2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자료에 따르면 마녀공장은 이직률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안 매출액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마녀공장은 올해 사내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30대 직원 김 모씨는 "입사 후 유연근무 덕분에 큰 제약 없이 아이를 낳고 육아도 하고 있다"며 "임신 중에는 연차나 반차를 쓰지 않아도 업무 중간에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출산 후에는 어린이집 등·하원이나 아이가 아플 때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마녀공장은 출산휴가 기간에 급여를 100% 지급해 직원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출산 전후 휴가' 90일 중 회사 의무지급 기간인 60일만 임금 전액을 지급하는 기업이 많지만 마녀공장은 90일간 근로자가 받아온 급여 전액을 보장한다. 그 밖에 난임 시술 등 치료가 필요한 임직원을 위해 1년에 3일간 유급휴가도 제공한다.
저고위는 이날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 공유회를 주최했다. 일하는 문화를 혁신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지면 사회 전체 출생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회사에 대한 직원들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생산성과 경쟁력이 제고돼 기업에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꾀한 것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성과 공유회에 참석해 "인구학 전문가들은 출산과 육아가 행복한 경험이 될 때 지금의 인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청년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행복하게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일터의 환경과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일터인 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업들의 다양한 성공 사례가 공유됐다. 한화제약은 직원 업무 특성에 맞는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집합근무가 필요한 생산공장에서는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 집중적으로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출퇴근이 번거로운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사무직이나 연구직을 대상으로는 정해진 근로시간을 채우기만 하면 출근 시간을 오전 9시보다 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를 적용했다. 특히 유치원 등원 등 자녀 양육을 목적으로 시차 출퇴근제를 활용하는 직원 중 71%가 남성이었다는 시사점도 남겼다.
LG전자는 임신·육아 전 과정에 이르는 지원을 실시 중이다. 임신 전에는 유급 난임치료 휴가를 연간 6일 부여하고, 필요에 따라 최대 3개월간 난임치료휴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법정 육아휴직과 별도로 임신 근로자에게 6개월간 휴직을 주고 급여 삭감이 없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3월까지 총 585쌍의 난임부부에게 진단 검사비를 지원했고, 다음달부터는 고위험 임신부를 위한 병실 입원료를 지원한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 지원을 위한 대·중소 상생협력기금에 최초로 100억원을 출연했다.
포스코는 지역 내 보육기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그룹사, 협력사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 직원 자녀까지 이용 가능한 '상생형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각각 운영 중이다. 총 190개사 직원 자녀들이 이용할 수 있고 정원의 절반은 협력사 자녀로 받도록 했다.
이날 성과 공유회에서는 육아휴직 대신 육아몰입으로 용어를 바꿨다는 포스코 사례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육아 자체가 다른 것 이상으로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있는 행위"라며 "이런 식으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공감했다.
[우제윤 기자 / 류영욱 기자 / 김금이 기자 /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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