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부산 너머…
올해 부산의 화두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다. 부산을 남부권을 대표하는 경제·산업·교육·관광 거점 도시로 만들려는 구상이다. 특별 법안에는 물류와 금융, 첨단산업 육성 기반을 조성하고, 국제적 수준의 정주 환경 구축을 위한 특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산업은행 이전, 북항 재개발 등 부산 재도약을 위한 현안들을 한 데 묶고, 새로운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비전이다. 이 구상은 2030 엑스포 유치 실패로 새로운 국정 동력이 필요한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하면서 구체화됐다. 새 청사진이 필요한 부산의 이해에도 부합한다.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 법안이 상정됐다. 지역 상공계, 단체장, 시민사회 등의 법안 통과를 위한 움직임은 뜨겁다.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범시민추진협의회가 출범했고,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100만 명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지역 각계각층의 서명 동참도 활발하다.
하지만 부산의 전폭적 합심만으론 법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부산 시각’에서 조금만 확대하면 녹록지 않은 상황이 보인다. 22대 국회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바라는 특별법이 홍수를 이룬다. 여러 건의 경기북부, 전북, 제주 특별자치도 특별법 제·개정안이 발의됐다. 부산 특별법과 명칭이 유사한 인천 글로벌경제거점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도 대기 중이다. 인천을 공항경제권신산업, 첨단산업, 문화·관광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경제거점 도시로 조성하려는 법안이다. 부산과 인천 특별법, 제주와 경기북부특별자치 특별법 등은 행안위에 함께 안건으로 채택됐다.
이 외에도 각 지자체가 저마다 특별법 국회 통과에 몰두한다. 경남은 정부에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을 건의했다. 전남은 ‘전남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착수했다. 충남 역시 21대 국회에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석탄화력발전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다시 추진한다. 특별법 난립의 상황. 부산은 물론 어느 특별법도 홀로 상임위 통과가 쉽지 않은 구조다. 부산 특별법이 상정된 국회 행안위에 소속된 부산 의원은 3명. 전체 22명의 위원 중에서는 소수다. 상임위 배분 관례상 특정 지역 의원이 다수를 차지할 순 없다. 여야는 물론, 다른 지역의 이해와 협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특정 지역을 위한 특별법’이 우선 처리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데 함께 목소리를 내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별법은 해당 광역단체, 지자체의 절박한 필요성이 담겼다. 같이 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부산 정치권이 이런 필요성에 공감한 것도 긍정적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더불어민주당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은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허브법 통과를 위해 타 시·도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비수도권 제1 도시로서 ‘부산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부산이 전략적 연대의 주도권을 쥘 기반도 갖췄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장·도지사협의회장을, 안성민 시의회 의장은 대한민국 시·도의회협의회장을 맡았다.
그동안 숱한 ‘부산 특별법’이 등장했다. 모두 권력자의 정치적 셈법에 의해, 선거를 앞두고 이슈화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산 내부서 진행된 시끌벅적한 여론 몰이 역시 스테레오 타입이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 특별하지 않게 소멸했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 발의된 부산 현재는 이전과 다르다. 소멸 위기에 이른 상황은 과거보다 더 악화했다. 일자리는 더 줄었고, 청년 유출은 더 빨라졌다. 비상한 시기. 추진 방식 역시 이전과 달라야 한다. 다른 시도와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부산을 넘어야 부산이 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오래전부터 새 국가 모델로 ‘공진 국가’를 제시했다. ‘함께 살고,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다. 부산 정치권 역시 타 시·도와의 제휴를 얘기한다. 답이 나왔으면 이제 실행할 때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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