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밸류업 지수, 먹을 것 없었네”…되레 더 떨어진 종목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4. 9. 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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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PBR·고ROE로 단순 평가
실제 주주환원 힘쓴 기업 빠져
지수편입 제외 KB금융보다
신한지주·DB손보 더 급락
野 금투세 유예 고심 길어지자
코스피·코스닥 하락 마감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산업간 고르게 비중을 조절한 밸류업지수가 시장의 혹평을 받으며 25일 금융주 동반하락으로 이어졌다.

금융업종은 지수에 편입된 종목이 빠진 종목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다수 나올 정도로 외국인이 매도하며 투심이 위축됐다.

지수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는 연기금과 외국인이 투자해야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업종은 밸류업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예상보다 낮아 기대만큼의 자금 유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밸류업지수의 자금유입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면서 금융업 외에도 편입 종목 중에서 유의미한 상승을 보여준 종목은 적었다.

먼저 고밸류 중심의 지수 구성으로 은행·통신·지주 등 전통 가치주 편입이 불발된 점에 시장에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정량적 평가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종목을 선정하면서 배당·가치·주주환원에 대한 평가는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당수익률이 높아 투자자 사이서 인기가 많았던 KB금융, SK텔레콤 등 이른바 배당주가 대거 탈락했다.

외국계 CLSA의 심종민 애널리스트는 밸류업지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지수 구성에 투자자들의 피드백이 반영된 점이 보이지 않고 향후 출시될 ETF에도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종민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초 정부의 밸류업프로그램을 높게 평가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니셔티브(Yoonitiative)가 한국 증시를 부양시킬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한 인물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지수의 종목 선정 로직이 고 PBR, 고 ROE로 단순하게 결정됨으로서 정책방향에 부합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평가받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보인다”며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규모나 비율이 아닌 시행 여부만으로 평가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에서 제외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전날보다 각각 4.76%와 3.19% 하락했는데 편입종목인 신한지주(-5.14%)와 DB손해보험(-6.58%)의 하락폭이 더 클 정도로 금융주는 동반하락했다. 지수 편입 종목인 삼성화재(-4.7%)·현대해상(-1.65%)도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한국금융지주와 키움증권 또한 각각 2.17%와 3.69% 하락하면서 증권주도 금융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기대감이 선반영된 금융주를 향한 ‘셀온(Sell-on)’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호재나 호실적이 발표됐을 때 주가가 오르지 않고 되려 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되는 현상을 ‘셀온’이라고 일컫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주 대부분이 밸류업 지수 편입 기대감을 연초부터 반영해와 단기적으로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하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동안 가치주·배당주 랠리에서는 소외됐던 업종들이 밸류업지수 내 비중이 커 자금유입 측면에서 반사효과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코스피200 지수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지만 밸류업지수 내 비중은 7.1%다. 상위 10개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코스피200에선 47.2%지만 밸류업지수 내에선 67.4%이기 때문에 대형주에게 수혜가 더 갈 것으로 보인다.

100개나 되는 종목이 선정되면서 개별 기업 선정 이유에 관한 논란이 커질 우려도 있다.

DB하이텍·씨젠은 소액주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아왔으며 팬오션은 HMM 인수 때 유상증자를 추진해 급락한 바 있는 등 밸류업 지수의 취지와 어긋난 종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산밥캣 역시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당시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안을 이사회가 찬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의 맹점 중 하나였던 ‘강제성 부재’가 이번 지수 발표로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밸류업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로 자율성에도 일부 강제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며 “밸류업 공시는 의무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보합세를 이어가던 코스피·코스닥은 오후 2시30분경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여부를 한달간 의견수렴한 후 결정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며 강한 하락세로 전환됐다. 시장이 ‘워스트 시나리오’로 여긴 불확실성 지속 상태가 한달여간 계속된다는 보도에 코스닥은 전일대비 1.05% 하락한 759.3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1.3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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