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야? 형의 전쟁 [책이 된 웹소설: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

김상훈 기자 2024. 9. 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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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은 그대로인
변해버린 내 가족
소설은 빙의된 자의 가족이 의심을 품으며 시작된다.[사진=펙셀]

「신체 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은 1955년 잭 피니의 SF소설로, 외계 생명체가 복제인간을 만들고 원본인 인간을 대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이 전달하는 가장 큰 공포는 가까운 사람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해버린다는 것이다.

소설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1993년 영화 '바디 에이리언'은 어린 남매를 주인공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마을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결말 직전 정체를 드러낸 어린 남동생이다.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탄 헬기 안에서 남동생은 돌연 주인공을 공격한다.

주인공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가족을 이미 외계생물에게 빼앗긴 것이다. 몸싸움 끝에 주인공은 동생을 헬기에서 밀어내고, 카메라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추락하는 동생과 허망한 표정의 주인공을 연이어 비춘다. 주인공의 참담한 심정이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듯하다.

「신체 강탈자의 침입」으로부터 70년이 흐른 현재, '바디 스내처(Body Snatchers)'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주로 SF나 호러 작품에서 볼 수 있고 대개는 주인공이 모르는 사이에 주변 사람들이 정체성을 빼앗기는 식이다. 오래된 소재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다른 존재로 변하는 상황은 여전히 섬뜩하다.

그런데 어떤 작품들은 이런 '신체 강탈자'들을 주인공으로 둔다. 악랄한 강탈자들은 남의 몸을 빼앗고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을 속인다. 그리고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내가 원래 몸의 주인보다 낫다'며 스스로 합리화한다. 웹소설 장르 중 '빙의물'의 이야기다. 빙의물은 주인공이 특정 인물에게 빙의하는 창작물을 뜻하는데, '단화살' 작가의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은 그 부류의 작품이다.

[사진=ARC 제공]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은 주인공 '알렌'이 동생 '율리우스'를 빙의자에게 빼앗기며 시작한다. 율리우스는 원래 재능있고 선한 인물이었으나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폭력을 서슴지 않는 망나니로 전락했다. 이런 동생을 바라보며 알렌은 속앓이를 해왔다.

그랬던 율리우스가 어느 날부터 말투와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 술과 여자를 멀리하고 건실하게 수련을 시작한 거다. 알렌은 동생이 예전의 율리우스가 아님을 직감하지만, 부모를 비롯해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알렌은 아버지를 찾아 동생이 이상한 것을 알지 않느냐고 따져묻지만, 돌아온 말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망나니인 원래 동생보다 가짜가 가문에 더 낫다고 답한 것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율리우스는 동생을 되찾기 위해 마법을 연구한다.

"너를 잊은 사람이 너무 많구나."
저택 대부분의 사람도 놈의 행보에 진짜 동생은 이미 잊어버린 것처럼 따르는데. (중략)
나라도, 형인 내가 동생을 구해주지 않으면 누가 널 구해줄까.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 중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알렌은 율리우스를 쓰러뜨리지만, 그 자신도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니 동생이 몸을 빼앗긴 직후인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제목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회귀자'가 된 거다. 알렌은 율리우스에게 빙의한 이가 '김우진'이라는 인간임을 알아차리고, 다시 한번 동생 율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대립한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빙의된 자가 아닌 빙의된 자의 가족인 알렌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빙의물에서 주인공이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과 달리, 「회귀가 빙의를 싫어함」은 알렌의 절박한 복수와 구원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다. 동생을 잃은 상실감, 그리고 그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형의 이야기는 감정적 깊이를 더해준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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