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흥륜사지서 ‘황룡사급’ 법당 흔적 확인

‘신라의 미소’ 수막새 출토 사찰
이중기단에 차양시설도 갖춰
“신라 사찰 연구 귀중한 자료”

신라시대 가장 먼저 지어진 사찰로 알려진 경북 경주 흥륜사 터에서 대형 법당 흔적(사진)이 발굴됐다.

국가유산청은 “사적 ‘경주 흥륜사지’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황룡사 금당에 견줄 만한 규모의 대형 금당지(金堂地)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금당은 사찰 중앙에 위치한 중심 건물로 본존불을 모신 큰 법당을 말한다.

흥륜사지는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보물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출토지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고려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불교 공양구(供養具?부처님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올리고 의식을 행할 때 쓰는 물품)가 출토돼 주목을 받았다.

조사단은 금당을 이루는 기단(基壇) 흔적도 찾아냈다. 기단은 건축물의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으로, 흥륜사 터에서는 상·하층 이중으로 된 기단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래층 기단에서는 햇볕을 가리기 위해 설치하는 차양 시설의 주춧돌도 발견됐다. 햇볕을 가리거나 빗물을 막기 위해 출입 부의 상부 벽 또는 지붕 끝에 만드는 지붕인 차양 칸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2중 기단에 차양칸을 갖춘 금당은 경주에서는 황룡사 중금당(584년), 사천왕사 금당(679년)을 제외하고는 확인된 사례가 없다”며 “신라 사찰 금당 연구에 매우 소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지금의 흥륜사는 1980년대 새로 지어진 것으로, 중건 당시 ‘영묘사’(靈廟寺), ‘영묘지사’(靈廟之寺) 등의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출토돼 635년에 창건된 영묘사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26일 오전 11시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경주=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