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임기 만료 기관 100여곳… 곳곳에 정치인 ‘내리꽂기’ [尹정부 공공기관장 ‘낙하산’]

안용성 2024. 9. 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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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사장에 강훈 전 비서관 유력
동서·남동발전엔 권명호·강기윤 거론
보험연수원장 하태경 전 의원 선임 등
與 낙천 의원들 aT 사장 등 꿰차 논란
尹 “낙하산 원천 차단” 대선 공약에도
전문성 결여 인사 자리 차지할 가능성
일부 기관은 반년 넘게 수장없이 운영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尹 책사’ 김경환
지난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졌던 기관장 인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공공기관장에 속속 ‘낙하산’이 떨어지고 있다.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공기관 수는 100여곳에 달한다. 이들 자리는 이미 정치권 인사가 차지했거나 친정부 인사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서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자리를 꿰차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25일 관가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공공기관 곳곳에서 기관장 공개모집 또는 초빙이 진행 중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김장실 전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1월 조기 퇴임한 뒤 반년 넘게 공석을 유지하다 최근 새 사장 공모에 들어갔다. 현재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비서관은 지난달 초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언론인 출신인 강 비서관은 관광공사 사장이 갖춰야 할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통령과는 10여년 전 조선일보 법조기자 시절 연을 맺었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뒤 고락을 함께했다. 대선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과 공세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고, 정부 출범 후에는 초대 국정홍보비서관(현 정책홍보비서관)으로 근무했었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 자회사 중 사장이 공석인 한국남동·남부·동서발전에서는 총선 공천 등에서 탈락한 여당 출신 전 의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동서발전과 남동발전 사장에 각각 권명호·강기윤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권 전 의원은 울산시의원 시절 산업건설위원장, 21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 정도가 관련 경력이다. 강 전 의원은 발전 분야와는 거리가 먼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 활동했었다.
해양수산 분야 핵심 공공기관인 부산항만공사(BPA)와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차기 사장 공모를 진행 중이다. 후임에는 송상근 전 해양수산부 차관과 함께 국민의힘 출신 안병길, 이달곤 전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미 낙하산 보은 인사가 자리를 꿰찬 공공기관도 적잖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신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윤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알려진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을 임명 제청했다. 보험 전문인력 양성기관인 보험연수원장에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선임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험연수원은 원래 금융감독원 출신 등 금융권 인사들이 주로 원장을 맡아왔다. 그러다 2018년 12월 정희수 전 한나라당 의원, 2021년 1월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3연속 정치권 인사가 자리하게 됐다. 하 원장은 취임 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 등 보험업과 직접 연관이 없는 사안에 대한 사견을 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을 올린 뒤 연수원을 통해 보도 참고자료로 배포해 뒷말이 나온 바 있다.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경제 분야 싱크탱크 역할을 했고,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22년 11월 임명된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윤석열 캠프 싱크탱크에서 미래비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경윤호 전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사의 후 석 달 만에 2022년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위원에 임명됐고, 이정일 주택금융공사 상임이사도 윤 대통령의 인수위에서 팀장으로 근무했었다. 차순오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은 한국수출입은행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지난달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에 홍문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취임했다. 홍 사장은 4선 의원 출신이다.

몇몇 공공기관은 기관장 인사가 너무 늦어진다는 불만을 토한다. 10월 국정감사를 수장 없이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한 관계자는 “사장 없이 기관이 운영되는 상황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권 논리에 따라 인사가 늦어지면서 기관의 업무 추진동력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세종=안용성 기자, 최현태 선임기자, 이진경·박미영·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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