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前 수사대장 "군검찰, 중요하지 않다며 'VIP 격노설' 조서 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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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관련 재판에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혐의자와 죄명을 다 빼고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한 군검찰이 조서를 작성하면서 'VIP 격노설'과 관련된 대통령 회의 내용을 누락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대령이 지난해 7월 31일 유 전 관리관이 통화에서 '죄명을 빼라'거나 '혐의자를 빼라'는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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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관련 재판에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혐의자와 죄명을 다 빼고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한 군검찰이 조서를 작성하면서 'VIP 격노설'과 관련된 대통령 회의 내용을 누락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격노설 실체를 묻는 법원의 사실조회 요청에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응답하지 않았다.
서울 중앙군사법원은 25일 박 대령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8차 공판 기일을 열고, 지난해 7월 박 대령과 함께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세진 전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령)을 증인으로 신문했다.
재판부는 박 중령을 상대로 1회 군검찰 조사에서 'VIP 격노설'에 대해 진술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 중령은 지난해 8월 군검찰로부터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박 중령은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사건 이첩을 보류한 것에 대해 "VIP가 격노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박 중령은 이에 "대통령 (관련) 모든 내용을 1회 조사 때도 다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내용이 조서에 기록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그런 (대통령 관련) 내용이 본인들(군 검사와 수사관)한테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고, 사령관 등에 대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진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데 대해선 "(군 검찰 조사가)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서명을 했는데 지금 와서는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대령 측 변호인은 오전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사문서 위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 중령은 또한 "(유 전 관리관이)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죄명을 다 빼고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는 형태로 얘기했던 것 같다"라는 진술도 내놨다. 그는 "처음엔 2명만 (혐의자에서) 빼라고 하다가, 그게 안 되니 사건인계서에서 죄명, 혐의자를 다 빼라고 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박 대령이 지난해 7월 31일 유 전 관리관이 통화에서 ‘죄명을 빼라’거나 ‘혐의자를 빼라’는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유 전 관리관은 지난 5월 17일 4차 공판 당시 혐의자와 죄명을 빼라고 말했다는 박 대령 측 주장에 대해 "제가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
박 중령은 당시 기억을 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박 대령과 유 전 관리관의 두 차례 통화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 차례는 스피커폰을 통해 (직접 들었고), 다른 한 차례는 수화기 너머로 들었다"면서 "(당시 박 대령이 유 전 관리관에게) 위험한 발언이란 말씀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중령은 당시 박 대령과 유 전 관리관의 통화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판단, 박 대령에게 “녹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박 대령은 “아이폰이라 (녹음이) 안 된다”고 말한 점도 언급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전날 정진석 비서실장 명의로 군사법원에 “귀 법원에서 사실조회를 의뢰한 사항들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응할 수 없음을 양해바란다”란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박 대령 측은 지난 3일 박 대령의 항명 혐의 관련 7차 공판 때 윤 대통령,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해병대사령부의 공보정훈실장 및 방첩부대장을 상대로 VIP 격노설과 관련한 사실조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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