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다움 통합돌봄 일부 구청서 '예산 소진' 비상…왜?

광주CBS 김수진 기자 2024. 9. 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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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복지 새모델 '광주다움 통합돌봄' 성과와 과제②]
"예측 뛰어넘은 수요 증가"…광주 5개 구청 예산 상황 제각각
'식사 지원 사업' 지원 횟수 축소 가장 多
서구청, "추경 재편성으로 방문목욕·진료서 예산↓"
남구청, "기존 예산·횟수로는 10월 못 넘겨 조정 시작"
편집자 주
신청주의 한계를 벗어나 누구나 신청하고 사각지대를 직접 발굴하는 새로운 복지 모델을 제시하는 전국 최초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지난해 4월 시작됐다. 광주CBS는 일상생활 지원과 식사 지원, 병원 동행 등 26가지 서비스로 기존 돌봄의 틈새를 메우고 있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25일은 두번째 순서로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제공하는 일부 구청에서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일부 사업은 횟수를 줄이는 등 예상보다 높은 인기로 통합돌봄 수요가 많아지자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구별 대안 마련 상황을 소개한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광주시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광주다움 통합돌봄 지치구 특화사업 어떻게 이뤄지나
② 광주다움 통합돌봄 일부 구청서 '예산 소진' 비상…왜?
(계속)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시행하는 일부 구청에서 특정 사업 예산이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측되자 일부 복지 서비스가 축소·변경되는 등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광주 서구 농성동에 거주하는 김순자(82)할머니가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식사 지원 서비스로 제공받은 반찬을 꺼내고 있다. 김수진 기자


"몸이 안 좋아 요리도 못하고 김치도 사다 먹었는데… 고맙죠.
이렇게 나물이랑 돼지고기 볶은 거랑… 미역국도 주고요."

광주 서구 농성동의 한 국민임대주택 단지. 이곳에서 8년째 혼자 거주하고 있는 82세 김순자 할머니는 경로당도 가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낸다. 거동이 불편해 겨우 아파트 단지 앞까지 나가는 것조차 버겁다. 김 할머니는 "반찬을 사러 근처 식품점에 가는 것도 30분이 넘게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평소 앓고 있던 방광염이 심해지면서 오래 서 있거나 요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한동안 김 할머니의 식탁에는 밥과 김치가 전부인 단출한 식사가 이어졌다.

김 할머니는 지난 7월부터 영양음식을 조리해 배달받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식사지원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마다 반찬을 받고 있어 이날 오전에도 문고리에 걸린 반찬으로 점심을 준비했다.

김 할머니는 "6번 넘게 받아보면서 매번 메뉴가 바뀌니 신기하고 좋다"며 "요즘 물가가 올라 김치가 비싸다는데 배추김치, 열무김치, 물김치까지 다양하게 받아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도 없고 외출도 하지 않아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상황을 물어봐 주고 세심하게 보살펴줬다"며 "생필품도 가져다주고 끼니도 해결해 주니 지원이 끊기지 않고 계속되면 좋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김 할머니의 식탁은 미역국과 돼지불고기, 버섯볶음, 동치미가 올라가 풍성한 모습이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지원 횟수 절반 넘게 줄기도

광주 남구에서 제공하는 광주다움 통합돌봄 식사지원 반찬. 김수진 기자

광주 일부 구청에서 연말까지 광주다움 통합돌봄사업을 유지하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식사 지원 등 일부 서비스를 축소·변경했다.

광주 남구는 5개 구 가운데 전체 구민 수 대비 통합돌봄 신청자 비율이 1.46%로 가장 높아 지난 상반기 예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남구에서 통합돌봄 지원을 받는 1794명 중 가장 많은 879명이 신청한 식사 지원이 주 5회에서 2회까지 줄었다.

이와 관련해 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이 넉넉했던 점에서 올해 책정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다른 구에서도 2회에서 3회를 제공하고 있어 사업 지속을 위해 횟수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끼에 9천 원으로 주 5회를 제공하면 인당 한도 금액인 150만 원이 10월 전까지 모두 소진될 우려가 있었다"며 "12월까지 지속적인 식사 제공을 위해 홍보비용 부문에서 2억 정도를 돌봄 지원 금액으로 충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구는 주 2회 여섯 끼를 제공하던 영양 음식이 수요량이 급격히 늘자 예산 소진 우려로 이어졌다. 서구는 지난 5월 말부터 영양 음식 제공을 주 1회 세 끼로 재정비해 절반으로 줄였다. 이 같은 대응에도 예산 소진 속도가 빨라지자 7월부터는 주 1회 두 끼 제공으로 변경됐다.

서구는 지원이 줄어든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자 최근 추경 예산을 편성해 애초 예산이던 6억 원의 식사지원비용을 8억 원으로 2억 원을 늘려 오는 10월부터 주 네 끼로 개편할 예정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전체 21억 예산 내에서 수요가 낮은 일부 서비스의 예산을 감축하고 수요가 높은 식사지원으로 재편성했다"며 "지난 5월부터 애초 편성된 예산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없을 거 같아 횟수를 줄여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광주 동구청과 북구청, 광산구청은 기존 예산 소진 우려가 없어 연말까지 사업 추진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인원보다 300명 넘는 신청자…적극 홍보 탓?

광주 서구에서 제공하는 광주다움 통합돌봄 식사 지원을 돌봄 신청자가 제공받고 있다. 광주 서구청 제공

초기에 편성된 예산 자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남구에서 통합돌봄 혜택을 받는 신청자 수는 1400명에 육박하지만, 남구에 배정된 17억 예산으로 150만 원 한도의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인원수는 1100여 명에 불과하다.

서구도 300명 넘게 예상 인원을 뛰어넘었다. 서구가 편성한 21억의 예산을 150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총 1400명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구는 현재 실 지원 인원 수만 17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광주시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사업에 대한 높은 만족도로 신청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산 자체가 상당히 큰 규모이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면서 "오히려 남구의 경우는 초반부터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 다른 구청보다 대상자 발굴이 잘 돼 예산이 빨리 소진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복지전문가, "돌봄 대상자 일부 한정지어야"

광주 서구에서 제공하는 광주다움 통합돌봄 식사지원 반찬. 김수진 기자

광주다움 통합돌봄에 대해 복지 전문가들은 수요 예측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순둘 교수는 "돌봄 대상자를 한정 짓지 않고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게 하는 행정 방향성은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한정된 재원 안에서 경제적 수준이나 소득적 측면의 가이드라인은 좀 더 체계적인 정립 기준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150만 원 한도 내에서는 실질적인 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어느 정도 저소득층에게는 무료로 지원하되 일정 소득 수준 이상은 일부 금액을 받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향이 있어야 지속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이정서 교수는 복지 수요가 많아 목적 달성을 한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나누어 피드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수요 예측이 어려운 부분은 대상자 발굴과 전달 체계 과정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 예산 편성을 올해의 자료와 경험치를 갖고 세부 사항을 잘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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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김수진 기자 sjs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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