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트 펑크, 마돈나, 보위가 반한 그 기타, 나일 로저스가 한국 팬들 홀렸다

고경석 2024. 9. 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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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로저스 & 시크, 24일 서울서 첫 내한공연
미국의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나일 로저스가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오늘이 우리의 첫 한국 공연이라니 믿을 수 없네요. 우리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음악 활동을 시작한 지 50여 년 만에 첫 내한공연 무대에 선 미국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나일 로저스는 24일 관객들에게 “음악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데 오늘 밤 이렇게 여기서 공연할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여러분은 잘 모를 것”이라며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


나일 로저스, 신들린 듯한 기타로 밴드 멤버들과 22곡 연주

미국 팝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로저스는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나일 로저스 & 시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밴드와 함께 국내 팬들과 만났다. 시크는 그가 동료들과 1972년 결성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한 밴드로, 디스코 장르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 디스코와 록, 펑크(funk), R&B를 결합시켜 크게 성공했다.

로저스를 제외한 시크의 창립 멤버들은 모두 탈퇴하거나 세상을 떠났다. 1952년생인 로저스가 ‘시크’의 일원이 아닌 ‘나일 로저스 & 시크’라는 이름으로 월드 투어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도 시크의 곡으로 채우기보다 나일 로저스의 50년 음악 인생에 초점을 맞췄다. 시크의 곡을 앞뒤로 배치하면서 로저스가 시크 외에 작곡가나 프로듀서로 참여한 주요 히트곡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의 공로를 조명했다.

일본 도쿄 공연을 마치고 서울을 찾은 나일 로저스 & 시크는 시크의 대표곡인 ‘Le Freak’ ‘Everybody Dance’ ‘Dance, Dance, Dance’ ‘I Want Your Love’를 메들리 연주하듯 재빠르게 내달렸다. 로저스는 시크 초기 앨범의 여러 보컬 중 한 명이었던 솔 가수 루서 밴드로스와 관련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여러 사람을 데려와 함께 노래하게 만드는 ‘갱 보컬’을 루서가 알려줬다”며 “오늘 여러분 모두가 오늘 우리 ‘갱 보컬’의 일원이 돼 함께 노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론 나일 로저스가 작곡가 또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히트곡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다이애나 로스의 ‘Upside Down’, 시스터 슬레지의 ‘We Are Family’, 마돈나의 ‘Like a Virgin’,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 비욘세의 ‘Cuff It’,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 듀란 듀란의 ‘Notorious’ 등 주옥같은 곡들이 이어지자 좌석에 앉아 있던 무대 앞 관객들마저 모두 일어나면서 공연장은 순식간에 파티장이 됐다. 이날 객석은 중년과 남성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었다.

로저스가 주인공인 만큼 22곡에 이르는 세트리스트를 관통하는 것은 그가 연주하는 펑키한 리듬의 기타 소리였다. 미국 매체 롤링스톤이 지난해 팝 역사상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그를 7위에 선정했을 만큼 마법 같은 연주에 관객들은 홀린 듯 빠져들었다. 데이비드 보위와 다프트 펑크가 매료됐던, 여유롭게 찰랑거리면서도 정교한 스타카토와 당김음으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바로 그 소리였다.

나일 로저스가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친 첫 내한공연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나일 로저스의 50년 음악 역사 압축한 공연

로저스의 역사는 한편으로 팝의 역사이기도 하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팝 음악계에 미친 로저스의 영향력을 두고 롤링스톤은 “’영향력 있는’ 다음이 ‘엄청나게 영향력 있는’이라면 그다음은 나일 로저스”라고 칭송했다. 공연에서 소개한 곡들 외에도 그는 제프 벡, 에릭 클랩튼,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 블론디의 데보라 해리, 시나 이스턴, INXS, 그레이스 존스, 애덤 램버트, 키스 어번 그리고 K팝 아티스트 르세라핌, 방탄소년단의 제이홉 등의 곡에 참여했다. 그룹 퀸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와 블론디의 ‘Rapture’ 비롯해 시크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곡들도 부지기수다. 팝에서 디스코, 힙합, R&B, 록, EDM, 컨트리까지 로저스의 방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연 중엔 이 같은 로저스의 음악 여정을 압축해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앙코르 없이 본공연만으로 진행된 무대의 마지막은 시크의 명곡 ‘Good Times’가 장식했다. 로저스는 “(1970년대 미국 뉴욕의 가장 유명한 디스코 클럽이었던) ‘스튜디오 54’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외쳤다. 로저스의 기타와 밴드 멤버들인 베이스, 드럼, 키보드, 관악기, 보컬이 10분여 쏟아내는 에너지에 파티는 절정을 이뤘다. 로저스는 90분의 공연을 모두 마친 뒤에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환호하는 팬들과 오랫동안 인사를 나눈 뒤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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