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량과 내분만 남은 윤·한 ‘맹탕 회동’, 국민 두렵지 않나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지난 24일 만찬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나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한동훈 대표가 요청한 독대는 없었고, 민심을 전할 발언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여당에서조차 “밥만 먹고 끝났다”고 자조하는 ‘맹탕 회동’이었다. 윤 대통령의 좁은 도량, 한 대표의 부족한 정치력으로 자중지란만 도드라졌다. 집권세력이 감정싸움으로 스스로 국정 발목을 잡을 만큼 한가하고 무책임한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만찬은 우려대로 90분 내내 윤 대통령의 일방적 발언으로 덮였다. 주로 체코 방문 성과 이야기였다고 한다. 여당의 한 참석자는 “대통령 혼자 얘기하고 옆에서 맞장구쳐주는 정도였다”고 했다. 국민은 비상시국에 대통령이 많이 듣고, 성난 민심을 제대로 알길 바랐지만 턱없는 일이었다. 윤 대통령에겐 듣는 귀는 물론 도량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 소고기·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했지만, 한 대표가 바란 것은 그런 보여주기용 거짓 화합이 아니었을 것이다. 애당초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은 무시됐고, 정치권 회동의 공식과도 같은 인사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민심 전달을 별러온 한 대표 발언 기회를 봉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 대표도 기회를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발언에 나설 만큼의 결기나 정치력은 부재했다. 한 대표는 만찬 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요청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국정 소통도 꽉 막힌 세상에 살고 있다.
자중지란 만찬의 뒤끝은 25일에도 이어졌다. 친윤계와 친한계는 한 대표 ‘발언 봉쇄’를 놓고 서로 네 탓을 하며 티격태격했다. ‘이렇게 무책임한 집권세력은 처음 본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이러니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할 수밖에 없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집권세력 앞에 미래가 있을지 묻게 된다.
여권 전체가 비상한 각오로 지혜를 모아도 풀기 쉽지 않은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7개월 넘게 출구를 못 찾는 의·정 갈등, 국정농단 의혹으로 커져가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고물가로 인한 민생 고통까지 나라 상황이 평안하지 않다. 이런데 현안 얘기 없이 “신임 여당 지도부 격려”를 위해 당정이 만난다는 대통령실 입장은 애초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형식·시기에 구애 없이 서둘러 만나 책임 있게 답을 내놓는 국정 대화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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