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44년 만에 ICBM 태평양 시험 발사... “美·호주에 사전통보”

중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41’

중국 로켓군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태평양 해역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중국 국방부가 밝혔다. 중국군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ICBM을 미국·일본·호주 등이 위치한 태평양을 향해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ICBM을 시험 발사한 것은 1980년 DF(둥펑)-5 발사 이후 44년 만”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로켓군은 이날 오전 8시 44분 훈련용 모의 탄두를 탑재한 ICBM 한 발을 태평양 공해 해역으로 발사해 예정된 위치에 정확히 떨어뜨렸다. 발사된 ICBM의 제원, 비행 궤적, 구체적인 낙하 지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발사는 로켓군의 연례 군사 훈련 일정에 따랐고 국제법·국제 관례에 부합하며 특정 국가나 표적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시험 발사한 ICBM이 DF-31 또는 DF-41일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두 ICBM의 사거리는 각각 최대 1만1200㎞와 1만5000㎞에 달한다. 특히 2017년에 실전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첨단 ICBM인 DF-41은 30분 안에 미국 워싱턴 DC 등 세계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고, 핵탄두 최다 10기를 탑재할 수 있다. 앤킷 팬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 연구원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이전에 태평양에서 시험된 적 없는 차세대 ICBM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시험 발사가 최근 3주년을 맞은 미국 주도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겨냥한 견제 성격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 NHK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사전에 미국·호주에 발사 훈련을 통보했고, 낙하 지점은 호주 주변 공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2021년 9월 결성된 오커스를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핵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며 중국을 겨냥한 억지력을 강화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사일 활동이 급증한 상황에 중국이 군사력 과시에 나섰다는 설명도 있다. 북한은 이달 초 동해를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시험 발사했다. 앞서 미 육군은 지난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중거리 화력 체계(MRC)’를 배치했다. 싱가포르 군사 분석가 알렉산더 닐은 중국군은 로켓군 내부 사정 작업 등에도 불구하고 자국 군사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과거 네이멍구 등 내륙의 외진 지역에서 예고 없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뿐, 태평양 등을 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적은 드물었다.

빠른 속도로 핵탄두 보유량을 늘려온 중국이 44년 만에 ICBM 태평양 시험 발사에 나서면서 핵무장 강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시각도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이 핵무기 현대화·다각화에 나서면서 현재 보유한 핵탄두 약 500기를 2030년까지 1000기로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350발 가량의 ICBM을 보유했다고 미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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