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1초씩만 아껴도 큰 시간적 가치… 영양제 먹는 방식 혁신하는 게 목표"
서울대 법대·로스쿨 졸업… 김앤장 변호사로 근무하다 창업
4년차에 '알고케어 앳 워크' 론칭… 누적 섭취 100만명 돌파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일이 될까 고민하면서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정지원(40·사진) 알고케어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법대와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바로 김앤장 변호사로 근무하다 2019년 알고케어를 설립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알고케어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불안정한 창업으로 뛰어들게 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갈증을 느꼈던 부분이, 제가 하는 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클라이언트 한 분께는 매우 큰 일이지만, 어떤 사건이 벌어진 다음 분쟁을 해소하는 업무다 보니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창업을 해서 내가 만든 어떤 서비스나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경험의 변화를 만들어주는 게 '임팩트'를 미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케어는 인공지능(AI) 기반 IoT 영양관리 가전을 필두로 한 4개 서비스·제품이 실시간 개인맞춤 영양관리 솔루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자체 앱을 통해 건강검진 이력, 현재 복용 약물 등을 등록하고 현재 건강 상태가 어떤지 정리된 키워드를 등록하면, 헬스케어 인공지능 '알고케어 AI'가 어떤 영양제가 알맞을지 판단해 영양제를 배합한다. 미세 용량 조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디스펜서인 '뉴트리션 엔진'이 맞춤 영양제를 조합해 제공하는 과정이다.
정 대표는 변호사 시절의 경험에서 알고케어 아이템을 기획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영양제를 챙겨 먹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영양제에 대한 섭취 경험의 불편함 역시 과거부터 개선되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알고케어 아이템은 제가 사용자로서 계속 느껴왔던 니즈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변호사 할 때 당연히 일이 고되고 몸이 힘들고, 건강은 챙겨야겠다 싶을 때 보통 영양제를 찾게 되는데 영양제를 하나 먹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니까요. 어떤 성분이 나에게 필요하고, 또 그중에서도 어떤 브랜드가 효과가 좋고, 만약에 영양제를 하나 추가하고 싶으면 또 같이 먹었을 때의 시너지도 계산해 봐야 하고…그런 것을 다 공부하는 것이 너무 쉽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어서 그때부터 이런 서비스에 대한 구상을 해왔던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개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했던 사업을 제품화하는 것이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아이디어가 확실하니 기기로 구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다는 판단에 외주 개발을 맡겼으나, 정 대표가 생각하는 완성도를 맞추는 데 큰 시각차가 있었다. 결국 창업 초기 약 1년 6개월 정도를 제대로 된 기기를 개발하는 데 쏟아부었지만, 그 시간 동안 내부 알고리즘을 더 탄탄하게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좋은 제품,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는 결국 장인정신도 내재화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의 서비스와 제품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팀원을 잘 모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또 퀄리티를 추구하는 문화를 사내에 장착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알고케어는 창업 4년 차인 지난해 기업 대상으로 임직원들에게 영양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고케어 앳 워크'를 공식 론칭했다. 대기업을 비롯해 피트니스 센터, 독서실, 복지센터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를 오픈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배우게 됐다고 정 대표는 털어놨다. "론칭하기 전의 저는 사업자로서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부분과, 실제 사용자들이 활용하는 부분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도 배우게 됐죠."
알고케어는 가정에서도 전문적인 영양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B2C 서비스를 내년 론칭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서비스 확대에 맞춰 알고케어는 현재의 AI 기능을 보다 고도화하기 위한 개발에 한창이다. B2B 서비스에 비해 보다 개인화된 니즈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그에 맞춰 관련 기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사전에 입력한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룰 베이스 알고리즘에 생성형 AI 도입을 통해 보다 세심한 영양제 배합 튜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기에서 제공할 수 있는 영양제의 종류도 현재 9개에서 19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생성형 AI를 도입하면 유저에게 어떤 기능을 고려해서 어떤 영양제를 배합했다, 하는 것도 간편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다 사용자 경험의 혁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B2C 서비스로 확대하게 되면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개인화, 맞춤화된 서비스로 추천할 수 있어 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날 수 있고요."
알고케어를 통해 고객들이 영양제를 섭취한 횟수는 현재까지 누적 100만회를 넘어섰다. 알고케어는 B2C 서비스의 초기 목표를 1만대 판매로 잡고 있다.
"지금 우리가 영양제를 대하는 방식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 개인에게 얼마나 확실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냥 일단 추천받아서 먹고, 또 안 맞는 것 같으면 버리고 다른 것 구하고…이런 영양제 먹는 방식을,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게 알고케어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알고케어가 세상에서아주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하더라도, 이렇게 영양제를 고르는 사람들의 1초씩만 아껴준다고 해도 정말 큰 시간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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